‘지옥’과 ‘오징어게임’은 고발장일까

어쩌다 리뷰 같지 않은 리뷰로 얼룩커 해보네요.. 

‘지옥’이 오징어게임’ 8일 걸린 세계 1위를 하루만에 이뤘다는 소식은 대단해요. 우리는 어느새 문화적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 한때 일드가 좋아보이고, 미드에 감탄하곤 했는데, 빼어난 한국 작품들이 이어집니다.
다만 이렇게 컨텐츠 부심이 높아진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상황은 아닙니다. 또다른 현실을 자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입니다. 

‘지옥’은 여러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요. 제가 주목한 건 초유의 재난, 공포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행태입니다. 같은 편이 아니라고 판단한 표적에게 우르르 몰려가 쇠파이프로 패는 장면을 라이브로 보면서 낄낄거리는 사람들입니다. 스스로 심판자를 자처하며 폭력과 살인도 정당화하는 이들이죠. (아래 급히 찾은 이미지와 다른 장면ㅠ)  마침 전날 본 wavve 오리지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서 역시 표적을 찾아가 다짜고짜 폭행하고 저주하고, 증오를 열렬히 찬양하는 모습과 닮았어요. 
차별과 혐오를 키우며 적들을 난도질하는게 오락이 되고, 신앙이 됩니다. 타인의 고통과 지옥도는 구경 거리가 되어버려요. 나쁜 짓을 함께 하는 유대감은 합리적 사고를 마비시킵니다. 법의 잣대는 우습고, 내 분노, 우리의 분노를 푸는게 중요합니다. 뭐 드라마에서 그렇다고 하면 좋을텐데.
‘오징어게임’ VIP와 닮은 ‘지옥’의 큰손들.

맘 편해야 마땅할 휴일, 일요일인 오늘 하루 ‘많이본뉴스’를 보면, 비현실적 드라마와 현실이 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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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거나 죽는게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집니다. 약자의 고통은 놀림거리죠.
마침 우리 사회만 유독 다른 결과 값이 나온 글로벌 조사 결과에서 실마리를 찾아봅니다. 우리만 다르다니 충격인가요.
퓨리서치 조사입니다. 우리들 삶의 의미 1위는 돈입니다. 다안 나라들은 아직 ‘가족’을 우선 꼽습니다.  

What Makes Life Meaningful? Views From 17 Advanced Economies


어쩌면 다 아는 내용입니다. 성공만 중요하다고 가르친 덕분에 ‘공정하다는 착각’ 속 능력주의에 빠진 상층이나 가족도 짐일 뿐인 하층 문제를 얼마전 ‘계급이 돌아왔다 - 이대남 현상이라는 착시’에서 ‘공부방 계급론’으로 다뤘죠.
안전망 없이 가족에게 모든 짐을 넘기니 돈이 먼저 아니겠냐는 페친들의 지적에도 공감합니다. 

우리가 망가졌다면, 어딘가 고장났다면 이 사회의 아픈 구석을 더 적나라하게 흩어보는 픽션들이 줄줄이 나오는 건 창작자들의 당연한 대응. 디스토피아 컨텐츠는 동서고금 오래된 주제이지만, 우리는 기적을 만들며 급속도로 선진국에 진입한 사회 답게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문제를 발견하고 이야기로 만듭니다. 

‘오징어게임’, ‘지옥’이 어딘가 병든 우리 공동체에 대한 고발장이라면, 피고는 누군가요… (이걸 제목으로 뽑은 주제에, 이건 담에 다시..) 

여기서 머물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안된다는 절박한 마음이 새삼 듭니다. 무튼 우린 망했어, 하는건 성미에 안 맞기도 하고, 사실 어른의 변명으로는 부끄럽잖아요.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대체 문제의 근원은 무엇인지, 해법은 어디 있는지, 찾고 또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정말 갈 길 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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