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주인님

윤지선
2021/11/18
잠에서 깨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나는 태어나서 처음 맡아보는 주인님의 입 냄새보다 더 지독한 악취를 맡았다. 그것은 코를 통해 들어와 심장을 짓눌렀다. 당장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서 발버둥을 쳐봤지만 발은 벽에 부딪치고 봉지를 건드려 부스럭대는 소리가 났다. 왜 이곳에 있게 된 건지 납득이 가지 않아 울고 싶었다. 하지만 악취 때문에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진정하고 캄캄한 천장을 바라보며 여기서 나갈 방법을 생각해보고 있을 때 가까이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곳에 왜 쓰레기통이 있어.”
 벽이 밀리는 느낌이 들었고 순식간에 벽이 땅으로 무너졌다. 곧바로 천장이 뚫린 것을 알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때서야 막혔던 숨통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숨을 가라앉히고 뒤를 돌아보니 사람이 서 있었다. 어제 보았던 주인님처럼 한손에는 술병을 들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몸은 비틀거렸다. 나를 보고서는 계속 몸을 비틀거리며 혀를 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내뱉고 있었다. 내가 계속 쳐다보자 술병을 나를 향해 들어올렸다. 그 순간 어제 주인님이 내게 하셨던 행동이 떠올라 본능적으로 그 사람 옆을 지나쳐서 뛰기 시작했다. 그 사람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까지. 뛰고 또 뛰었다. 숨이 차기 시작했을 때 눈에 뛴 것은 
빨간불.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건너면 위험하다는 주인님의 말이 떠올랐지만 내 시야에는 도로에 차가 보이지 않아 계속해서 달렸다. 앞을 바라보며 신호등을 달리는 도중 삑-거리는 큰소리에 놀라 멈춰서 옆을 보았다. 옆을 보자마자 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빛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순간 주인님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 후로 주인님을 다시 볼 수 없었다. 

내가 태어 난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주인님이 나를 위해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주셨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보름이의 생일 축하합니다.”
주인님은 나를 대신해서 생일케이크의 촛불을 끄시고 소원을 비셨다.
“보름아 내가 대신 소원 빌어줄게. 네가 죽을 때 까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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