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는 장독을 깰 수 없다. N번방 그 후.

흠좀무
흠좀무 · 좋은 글 읽는 걸 좋아합니다.
2021/11/20
"구더기는 장독을 깰 수 없다. 진짜로 무서운 건 까불이 같은 게 아니라, 사람을 지킬 수 없는 거였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에피소드 20화 중

동백꽃 필 무렵
2019년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었다.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인 옹산에는 연쇄 살인범이 숨어 있다. 얼핏 보면 상투적인 범죄 스릴러 형식을 취하면서도, 이 작품이 위대한 이유는 가해자를 기존과는 다르게 호명하기 때문이리라. <동백꽃 필 무렵>은 살인범을 신비스럽고 멋지게 표현하지 않는다. 별칭부터가 찌질한 느낌이 물씬 나는 '까불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겠다. 연쇄 살인범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까불이는 약자만 집요하게 노리는 인물로 등장한다.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이라 이유를 설명하지만, 그는 술집 여성, 가정 주부, 어린아이 등 자기보다 약자라고 판단할 때만 이를 드러낸다. (유일한 성인 남성 피해자인 배달원은 본인이 죽이지 않았노라 마지막에 고백한다.)

주인공 '용식'과 까불이의 대화를 통해 드라마는 가해자의 고루한 서사를 다룰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검거된 까불이는 자신 같은 범죄자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고, 계속 나올 것"이라 말하지만, 경찰인 용식은 "나쁜 놈은 백 중 하나만 나오는 쭉정이"라며 일언지하로 비웃을 뿐이다. 같은 해 개봉한 영화 <조커>가 범죄자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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