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7일 기후 데일리 브리프:디브리프

• 데일리 브리프에서는 외신 속 동향 외에, 국내외 중요한 논의가 있을 때 그 내용을 자세히 다룹니다.
• 오늘은 16일 오후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과 경기도가 주최한 ‘글로벌 RE100 압박과 한국의 대응' 포럼의 내용을 요약합니다. 한국 재생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현장 상황을 고려한 실질적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오늘의 기후 지표

🎯정책

🌟왜 중요한가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늘리는 속도전에 돌입했으나, 한국만 예외다. 

• 전 세계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었지만, 한국은 9% 수준으로 OECD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지난해 재생에너지 비율이 전보다 줄어든 유일한 나라도 한국이다.
  • 재생에너지는 전 세계 신규 건설 발전설비 가운데 신규 용량이 가장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발전원이다. 발전량이 10배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태양광이 8년, 풍력이 12년으로 역대 그 어느 발전원보다 빨랐다. 역사상 가장 단기간에 성장한 발전원이라는 뜻이다. 
  • 한국에서는 원전과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이미지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판세가 많이 기울어 있다. 재생에너지의 완승이다. 지난해 신규 설비용량은 재생에너지(537GW)가 원전(5.5GW)보다 약 100배 많았다.
  •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점점 빨라지고 있고, 신규 설치에 다수 국가가 동참하는 분위기다.
•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주요국에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2022년의 3배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이에 힘입어 같은 해 말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당사국이 설비 용량을 3배 늘리겠다고 합의했다. 한국도 참여했다.
  • 발전의 글로벌 스탠다드 자체가 재생에너지로 굳어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확보가 어려워지면 수출이 필요한 기업에게는 치명적인 위기가 올 수 있다. 
  • 여기에 2050년까지 생산에 드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민간 이니셔티브 RE100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보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사업장을 이전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는 국가 경제성장에 문제가 될 수 있다.
•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오히려 현 정부 초기부터 태양광 관련 사업과 정책 관련자에 대한 감사와 수사를 벌이며 압박했다. 또 때 아닌 원전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 5월 공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8년 국내 최대 전력 수요를 상향 전망하면서도, 이에 대한 대응으로 원전 3기 및 소형모듈화원전(SMR) 1기 신규 건설을 추가했다. 재생에너지도 산업단지 태양광과 저장장치(ESS) 보급, 이격거리 규제 개선을 통해 늘리도록 계획했다. 
  • 하지만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엔 부족하다. 보다 빨리, 큰 발전 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두고 건설에만 10여 년이 걸리는 원전을 신규 건설한다는 점에서 세계적 추세와는 다소 동 떨어진 행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문제와 해결

김승완 사단법인 넥스트 대표(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관건은 두 가지다. 

1. 재생에너지 물량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 2. 가격을 얼마나 저렴하게 낮출 수 있는가.

물량 확보1: 영농-산단에 주목해야

• 먼저 물량 확보다. 통념과 달리, 전문가들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여건 자체가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잠재력은 충분하나 제도적, 정서적, 문화적 장벽이 있다는 뜻이다.
  • 김승완 대표는 “데이터만 보면 물리적 환경이 열악하다는 말은 잘못됐다. 규제 철폐와 완화만으로도 필요한 물량을 충족할 정도는 된다. 열악한 것은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국내의 정서다”라고 말했다. 
    • “시그널이 잘못 갔다. 현 정부 들어서면서 재생에너지 관련자에 대한 감사와 수사가 시작됐다. 태양광이라고 하면 일선에서는 수사를 떠올리며 공포심을 느낀다. 논란이 되는 이격거리 조례 등이 만들어진 것도 다 공포심 때문이다. 금융에도 공포심이 만연해 대출을 꺼린다. 언론은 낭설로 이런 인식을 증폭시켰다.”
• 가장 대표적인 물량처는 산단과 영농형 태양광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들을 현실적 해결책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단기적으로 계통의 포화를 회피하기 위해 수도권에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붕형, 영농형 태양광이 단기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영국 노동당이 2030년까지 육상 태양광을 2배, 해상 풍력을 4배 확대하겠다고 밝혔고(관련 얼룩소 콘텐츠) 지붕형 태양광을 대폭 늘리는 ‘옥상 혁명’을 하겠다고도 밝혔다(관련 얼룩소 콘텐츠). 우리도 (장기적으로) 제도를 개선할 부분과 함께, 이렇게 단기적으로 집중할 것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경기도 농지 면적의 10%만 농사와 태양광을 병행해도 8GW를 보급할 수 있다”며 “과거엔 영동형 태양광이 농작물 생산량을 줄인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최근엔 오히려 늘린다는 보고도 있고, 기후재난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는 시설로 재정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 김승완 대표도 “경기도의 영농형 태양광 잠재량만 34GW”라며 “이는 제11차 전기본에서 목표로 한 2038년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72GW의 절반 가까이를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전국 산업단지 및 건물의 지붕형 태양광 등을 합치면 42GW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량 확보2: 이격거리 문제 풀어야

• 태양광이 당면한 단기적 문제는 이격거리다. 현재 경관과 지역 민원 등 다양한 이유로 태양광을 밀집해 짓지 못하도록 지자체마다 다양한 이격거리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늘리는 데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폐지해달라는 요청이 재생에너지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 차성수 경기도청 기후환경에너지국장은 “경기도의 경우 이격거리를 폐지해 50%만 활용해도 바로 3GW를 확보할 유휴 공간이 생긴다”며 “영국 등 해외는 아예 없거나 최소한의 거리만 규정한다.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을 통해 규제를 폐지하는 등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승완 대표도 “넥스트 분석 결과 이격거리를 모두 적용했을 때 한국 태양광 발전 가능 토지 가운데 22%만 활용이 가능하다”며 “이격거리만 해제해도 태양광 물량 확보가 매우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 이격거리 제한을 우회할 대안은 산업단지 태양광이다. 이격거리 제한이 상대적으로 적다. 인허가 제약도 덜 엄격하다. 다만 여전히 사회 인식과 큰 초기 투자비용이 장애물이다. 
  • 차 국장은 “태양광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잠재력이 풍부하지만 수사에 따른 부정적 인식이 커 도입하길 주저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며”다만 최근엔 중소 중견 기업이 느끼는 RE100 압박이 커지면서 기존의 임대형 대신 자가소비형으로 건설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도와 산단 태양광 보급 사업을 진행한 민현기 LS 일렉트릭 파트장은 “초기 투자와 운영 관리의 전문성, 인력의 부족으로 회피하는 사업장이 많다”며 “전기요금이라도 시중보다 싸지면 가능성이 있다. 보조금 지원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보급 제도 전환 논의해야

• 재생에너지의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를 위해서는 보급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 김승완 대표는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을 촉진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가 장차 경매제도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RPS는 공급의무자(발전사업자)에게 발전량의 일정량 이상으로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  경매제도는 발전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을 받을 권리를 경쟁을 통해 얻게 하는 시장 기반 제도다.
• RPS의 경우, 공급의무비율을 정해 발전사업자의 시장 발전량 일부를 RPS 의무 비율로 지정한다. 이 말은 화석 연료 발전량이 줄면 의무 비율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빨리 되면 대체될 수밖에 없는 제도라고 김 대표는 지적했다.
  • 김 대표는 RPS 제도가 충분히 효율적인지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원리에 따라 가장 싼 발전원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RPS는 이런 유인이 없다. 제도가 복잡해 가격 예측이나 사업성 예측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금융 조달도 불리하다. 
  • 무엇보다, 총량만 규제하기에 지역별 편중이 생기기 쉽다. 실제로 현재 호남에 재생에너지가 31.6% 분포하고 중부 19.2%, 수도권은 11.1% 등 편중이 심하다. 이는 실제 수요자가 많은 수도권으로의 송전 수요를 발생시켜 송전선 포화를 일으키는 문제가 있다.
• 김 대표는 “제도 자체를 경매제도로 바꿔 국가 주도 보급 정책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RE100을 통한 자발적 소비로 전환해야 한다”며 “경쟁을 통해 싼 가격을 낙찰하니 가격을 낮출 유인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 단, 전제조건이 있다. 김 대표는 “정부에 의한 충분한 물량 확보다. 영농형 및 산단 태양광 등을 통해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경기도의 선도적인 여러 RE100 대응 시도도 소개됐습니다. 그건 기회 되면 따로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