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쓸쓸한 <미오, 나의 미오> by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조율
조율 · 도서관 덕후.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
2023/11/01
무엇으로 나를 위로할 수 있을까,
현실을 견디게 하는 이야기의 힘을 생각한다.

 
@bing images
 
내가 이 머나먼 나라에서 산 지가 이제는 상당히 오래 됐다. 나는 우플란츠 거리에서 살던 때를 거의 떠올리지 않는다. 가끔 벤카만 생각날 뿐이다. 윰윰이 벤카와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벤카가 나를 너무 그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워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벤카에게는 아빠도 있고 엄마도 있고, 지금쯤은 새로 친한 친구를 사귀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에들라 아주머니와 식스텐 아저씨 생각도 벌써 지나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그 두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사라졌다는 걸 알았을 때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어쩌면 그들은 내가 사라졌다는 거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한테는 조금도 신경을 안 썼으니까. 내가 없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에들라 아주머니는 당장이라도 나가면 내가 아직 테그너 공원의 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걸 찾아낼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아주머니는 내가 가로등 밑 나무 의자에 앉아서 사과를 먹으면서 맥주병이나 뭐 그런 걸 가지고 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내가 거기 앉아서 창문으로 불빛이 흘러 나오는 집들,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앉아 저녁을 먹는 집들을 쳐다보고 있겠지, 하고 생각할 거다. 어쩌면 에들라 아주머니는 그런 생각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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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의 힘을 믿습니다. 교육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꿉니다. 앎과 삶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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