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로 교실이데아를 실현할 수 있을까?

이건주
이건주 · 교사. 문학연구자.
2024/05/04
학교에서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토론 논술 수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초중고 단계에서도 사고력과 창의력을 자극하기 위해 토론 논술 수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어나 인문사회 교과라면 몰라도 수학이나 과학 교과에서 학생들 간에 토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교육이 초중고 단계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자연과학 교과에서 토론 논술 교육이 가능하려면 해당 교과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할 텐데, 그런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초중고 단계에서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연과학 교과에서 토론 논술 교육을 통해 고등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르겠다는 원대한 목표는 충분한 지식과 이해를 갖춘 대학교 단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인문사회 교과에서도 과연 토론 논술 교육을 통해 고등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르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초중고 단계에서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문사회 교과라고 해서 지식과 이해 없이 초중고 학생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쓸 수 있는 상식적인 내용만 다루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행 수시 논술고사에서 인문계 논술 문제가 자연계 논술 못지 않게 매우 고난도라는 것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만약 고등학교에서 모든 수업을 토론 논술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적인 얘기만 하다가 끝나거나 반대로 현행 수시 논술고사처럼 최상위권 학생들만 따라올 수 있는 매우 어려운 수업이 될지도 모른다.

다양한 교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이해가 필수적인 초중고 단계에서 모든 수업을 토론 논술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최근 MBC 교육대기획 '교실이데아' 3부작이 방영되었다. 수능의 한계를 깊게 파헤치고 공교육 롤 모델로 떠오르는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를 국내에 소개하는 국민 대전환 프로젝트이다. 특히 문제 풀이 기계를 만드는 객관식 수능시험을 열린 사고와 창의성을 기르는 논서술형 시험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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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국어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논문 [김수영의 다원주의 시론 연구](2021) 발표. 『K-대학입시』(2024) 저자. [학교나침반] 네이버 카페 운영자. [학교나침반TV] 유튜브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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