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 시장에 숨어있는 것들을 찾아서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10/04


학교처럼 동일 집단이 지속적으로 꾸준히 모이는 장소에선 벼룩 시장이 쉽게 열리는 터라 종종 구경할 수 있었는데, 학교도 회사도 인연이 없는 몸이 되니 벼룩 시장도 어지간한 우연이 겹치지 않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근래에는 그 이상의 역할을 당근, 번개장터, 세컨웨어 등의 앱이 대신해주고 있어 적적하진 않지만, 역시 물건을 직접 구경하고 만져보며 떠들썩하고 들뜬 분위기에 젖는 느낌은 오프라인 벼룩 시장만의 각별한 즐거움이다.

요 몇달 사이엔 지역 행사에 대한 뉴스레터를 보다가 그 즐거움이 문득 그리워져서 어디 벼룩시장이 열리는 곳이 없는지 관련 정보를 검색해봤다. 그 결과 벼룩시장 개최 일정과 장소, 판매자 모집글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내가 가볍게 갈 만한 곳의 개최 일정만 모아 볼 방법은 찾지 못했다. 하기야 벼룩시장이라는 게 한국벼룩시장 총연맹 같은 기관의 관리를 받는 것도 아니고, 지자체나 학교부터 소규모 모임, 카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집단이 자유롭게 여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궁리 끝에 뉴스 기사를 자동으로 검색하고 알려주는 구글 알리미 기능을 써볼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키워드를 등록하자니 애초에 벼룩시장을 부르는 명칭도 통일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치명적이었다. 핵심은 벼룩시장이더라도 프리마켓, 플리마켓, 장터, 나눔장터, 바자회 등등 성격이나 목적에 따라 부르는 법이 제각각이다. 지금 하는 대로 지자체의 알림 메시지나 모집글의 일정을 보고 메모해두는 게 최선일 모양이다. 하기야 장돌뱅이도 아니니 기회가 될 때 갈 수 있는 곳을 가는 정도로 만족해야지.

아무튼 나는 쉽게 갈 수 있는 곳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이라면 무조건 가볼 의향이 있다. 이름이 어떻든 규모가 어떻든 상관없다. 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의 규모에 비례해서 시장의 규모도 컸던 탓에 벼룩시장이라면 무조건 한참 돌아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은 게 보통이고, 또 그런 게 제맛이라고 생각했지만, 동네 시장에서 아주 드물게 개최해서 테이블 서너 개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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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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