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배송사업이 호황이라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말에 단 한 톨의 거짓도 없었음을 깨달은 것은 직접 현장에서 일한 후 그야말로 파김치가 되어 귀가하는 날들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어지고 난 다음이었다. 하루에 10시간 넘게 근무한 적도 꽤 많았고, 인력이 부족하다 하면 주말에도 달려갔다.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는 정식 직원도 아니었거니와 상사도 출근을 강요했던 것은 아니라서(그는 연락할 때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쉬겠다고 하거나 일을 그만두겠다고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못했다고 해야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려나? 언제쯤 졸업할 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의 대학원생 신분을 단독으로 유지하기에는 생계가 퍽 위태로웠던 것이 이유다. 마련된지 얼마 안 되어 에어컨조차 설치되지 않은 뜨거운 공장에서 조금 더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던,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어느 날, 텅 빈 머리로 핸드폰을 훑어보다가 쿠팡 이천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났다는 기사를 읽었다.
불꽃은 에어컨이 없는 지하 2층, 선풍기를 꽂기 위한 전선 여러 개가 한꺼번에 지나가는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