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큰아빠는 개새끼였다. 자기 조카를 지옥에 떨어뜨린.

한연화
한연화 · 미친 세상을 사는 아스퍼거 ADHD인
2023/08/11

"네가 이상한 거 처먹고 병원에 실려가서 돈이나 들어가고 말이야, 이 돈덩어리야."



차라리 죽어버리지 그랬어. 그럼 너를 키우느라 돈이 더 들지도, 아니, 너에게 먹일 쌀값이 더 들지도 않았을 텐데. 그 말 다음에 올 말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침묵으로 당신의 말에 항의하며 당신과 대화하기를 포기한 그날, 내 안의 나는 진정한 의미로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열일곱. 흔히 말해 말똥 굴러가는 것만 봐도, 아니지, 가랑잎 굴러가는 소리만 들어도 웃음이 절로 난다는 그 나이에 나는 모든 웃음을 내 안에서 마지막으로 지웠고, 그 자리에 가면을 써버렸다. 당신 앞에서는 절대 웃지 않으리라. 울지도 않으리라. 가장 즐거워야 할 나이 열일곱에, 사춘기라 상처나기 쉬운 마음을 누군가는 감싸줘야 할 열일곱에 나를 진지한 의미로 죽인 당신은 그래, 나의 큰아빠였다. 

나의 큰아빠는 모든 것의 가치 판단 기준이 돈인 사람이었고, 지금도 모든 것의 가치 판단 기준이 돈인 그런 사람이다. 모든 일을 돈이 되느냐, 돈이 되지 않느냐로 판단하며, 돈이 든다면 얼마나 드느냐 그것이 유일한 관심사인 그런 사람. 그런 사람에게 있어 약물자살을 기도하고 병원에 실려갔다 살아남은 열일곱 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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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와 학교폭력 등을 겪고 살아온 아스퍼거 ADHD인입니다. 남들 하는 걸 못해 세상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하고 살고 있으나 어떻게든 적응 중입니다. 가족, 특히 큰아빠에 대한 트라우마와 어린 시절, 그리고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에 대한 트라우마는 현재 마주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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