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소설의 세계와 현대인의 삶

김승문 · 작가
2024/05/01
프랑코 모레티 <세상의 이치>
교양소설의 세계와 현대인의 삶 - <세상의 이치>(The Way of the World) 
   
1장:  「문명의 위안」(The Comfort of Civilization) 발제<세상의 이치> 전체를 서문에 따라 교양소설을 “상징형식”으로 간주하여 그것이 사회학적/역사적 지식(내용)들과 문학적 기호들을 어떻게 매개하는지 밝히는 작업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1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역할, 즉 “고전적 교양소설”the Classical Bildungsroman의 전형을 확립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를 위해 선택된 텍스트는 1795년 독일에서 출간된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Wilhelm Meisters Lehrjahre와 영국에서 1813년에 출간되었지만 1796년에 처음 집필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이다. 이후 분석이 스탕달-발자크-디킨즈/엘리엇과 같은 시간적 순서대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단순히 분석의 순서에서만이 아니라 (모레티가 상정하는) 교양소설의 역사에서도 괴테와 오스틴의 소설들이 원형적인 위치를 차지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잠시 모레티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세상의 이치> 이전에서도, 이후에서도 원형적인 형식—물론 베버적인 뉘앙스를 강조하고 싶다면 ‘이념형’idealtypus—을 정립하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만약 모레티의 분석틀을 구성하는 모티프들을 논의하는 게 허용된다면, 우리는 그의 ‘과학적 기획’에 두 가지 상반되는 경향이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한 편으로는 산포된 변이형들의 집합을 그리는 것, 그리고 그 반대편에 그러한 변이형들 사이에서 이론적 중심으로 기능하는 이념형의 구축. 최종적으로 그가 전자와 같은 기획에 도달하고자 할수록 그 이론적 토대로서 후자가 갖는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변이들, 이질적인 것처럼 보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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