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와 면도기와 상식에 대해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2/21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을 상식이라고 하는데, 이 ‘보통’ 에 포함되느냐 마느냐 하는 것도 경우에 따라 달라서, 그건 당연히 상식 아냐? 하고 타인의 무지를 이상하게 여기는 것도 조심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예전에는 다 비슷비슷한 환경에서 집단 교육을 받으며 몇 종류 안 되는 매스 미디어가 전달하는 문화를 누리고 살았으니 지식의 범위가 고만고만했지만, 이제는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이라도 다른 문화권을 경험하고 자랐을 확률이 낮지 않고, 문화 형성의 중추인 유튜브로 즐겨 보는 채널도 제각각이다. 여럿이 편을 나눌 때 데덴찌라고 하지 않나? 아니, 덴찌 후렌찌 아님? 하는 식으로 싸우는 건 물론이고 그게 대체 뭐냐고 묻는 경우도 늘어난다는 소리다. 어쩐지 난 둘 다 듣고 자랐지만.

2022년 봄에는 그동안 내가 당연히 상식이라고 생각한 게 상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놀란 일이 있었다. 때는 4월, 꽃피는 계절이라 나는 친구들과 언제 어디로 꽃놀이를 가면 좋을지 고민하며 채팅으로 여러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뒷동산에 올라서서 한강을 바라보니 난지도에도 벚꽃이 피어 있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 난지도에도 벚꽃이 피었다고 올렸더니, 뒤이은 답이 충격이었다. ‘와, 그렇군요, 근데 난지도가 어디죠?’라는 것이었다. 그 방의 누구도 난지도를 몰랐다. 들어본 적조차 없다는 투였다. 하늘 공원 얘기를 꺼내고 나서야 겨우 가본 적이 있다는 사람이 나왔지만, 난지도라는 지명은 들어본 적이 있긴 있는 것 같다는 정도에 그쳤다.

한국인이면 여의도를 모르는 경우가 별로 없듯이 난지도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완전히 혼자만의 착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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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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