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장학사

신서희
신서희 · 여행작가, 교육공무원
2024/05/25
아무리 꿈보다 호기심으로 살아온 인생이었다고 해도 이 나이까지 그럴 줄은 몰랐다. 이젠 좀 신중해질 나이가 된 것도 같은데, 어쩌자고 덥석 이런 결정을 한 걸까 싶었다. 

거창한 뜻을 품고 교사가 된 건 아니었으나 감사하게도 교사라는 직업이 참 좋았다. 어느새 20년 차 교사가 되었지만, 가르치는 일은 여전히 재미있었고 교실에서 아이들과 시답잖은 농담을 하면서도 그들에게서 받는 에너지가 나에겐 큰 즐거움이었다. 시험문제 출제나 생활기록부 기재 등으로 긴장도나 피로도가 높아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래오래 교사로 근무하고 싶었다. 
물론 이런 마음은 내가 꽃길만 걸어온 교사인 덕분일 수도 있다. 다른 교사들과는 달리 나는 줄곧 비평준화 지역의 우수한 고등학교와 특목고, 교육열 높은 지역의 중학교에서만 근무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순한 아이들을 만났다. 가끔 학생들 때문에 마음이 상하는 일도 있지만, 그래봤자 순간의 감정일 뿐, 아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순했고 늘 나에게 가르치는 보람을 맛보게 해주었다. 이러한 행운 역시 내가 교사라는 직업을 사랑할 수 있게 해준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오래오래 교사로 지내다가 퇴직 후에는 마음 맞는 대학원 친구들과 함께 작은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어렴풋하게나마 해왔다.

그런데, 어느 날 교감 선생님께서 나에게 교육전문직, 즉 장학사 시험을 준비해보면 어떻겠냐고 권하셨다. 사실 그런 권유는 예전에도 몇 번 받은 적이 있었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교사라는 직업을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에게는 방학이 중요했다. 학기 중에 휴가를 전혀 쓸 수 없는 건 불편했지만, 대신 휴가를 한꺼번에 몰아서 쓸 수 있는 방학이 나에겐 삶의 큰 활력소가 되었다. 
총 휴가 일수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해도 일반 직장에서는 휴가를 한꺼번에 몰아서 쓸 수 없으니 휴가를 쓰는 심리적 차이는 적지 않았다. 방학이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여행책도 여러 권 쓸 수 있었고 여행을 통해 에너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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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 박사(교육상담 및 심리 전공). 사람의 마음과 여행에 관심이 많습니다. <디스 이즈 타이완>, <처음 홍콩 마카오> 등의 여행서를 썼습니다. 교육청 장학사로 교권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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