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의 빌런들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5/17
중고 거래의 빌런들 (1)

20년 가량 잡다한 중고 거래를 하면서도 금전적 피해를 본 적은 거의 없었다는 것을 나름대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뭘 잘했다기보다는 단순히 운이 좋았을 뿐이지만 무사고 운전 경력도 운 없이는 안 되는 일이니까 나쁘지 않은 전적이다. 그러나 사기를 당할 뻔했거나 아주 이상한 거래 상대를 만난 적도 몇 번은 있다.


1. 잘못된 서비스
일단 사기가 아니었나 싶었던 거래는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 이건 중고는 아니고 새 물건을 정식 매장이 아니라 SNS에서 알게된 사람에게 주문한 경우였다. 게임기를 다루는 업체와 연줄이 있어서 ‘시간은 좀 걸리지만’ 약간 싸게 팔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주문한 것인데, 나도 정신머리가 전혀 없진 않아서 해당 계정의 주인이 활동한 사항이나 연락처, 계좌번호를 모두 조사하고 이만하면 문제가 없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외적으로 이름을 걸어놔야 하는 일을 하는 데다, 예전에도 비슷한 거래를 한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건은 원래 예정했던 한 달에서 약간 더 지나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사은품으로 받기로 했던 게임 대신 다른 게임이 왔다. 주문한 것은 물량이 없어서 나중에 보내주겠으며, 늦은 게 미안하니 다른 게임을 넣어줬다는 것이다. 원래 선택한 게임을 하루 빨리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으면 길길이 날뛰었을 텐데, 그때 나는 같이 산 게임을 밀봉으로 팔아버릴 작정이었으므로 그냥저냥 따지지 않고 넘어갔다.

그런데 어째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는 게 아닌가. SNS를 보니 퍽치기를 당해서 병원에 갔다는 얘기가 올라와 있었고, 그 이후로는 아무 말도 없었다. 아무래도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정말 퍽치기를 당해서 제정신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타이밍이 너무 공교로웠고, 아주 심하게 다친 게 아니라면 사정이 이렇게 되어 일 처리가 더 늦어지겠다는 안내라도 해야 마땅하다. 그래서 독촉하는 메시지를 보내보았으나 답이 돌아오진 않았다. 

이것은 사기인가 아닌가……. 판매자가 불성실한 거래를 했다는 건 확실했으나, 사은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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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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