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추적단불꽃
2023/09/03
📝 풋살, 인생 성장기는 매달 3일 발행됩니다.
alookso 유두호
다이어트를 한다고 몇 달간 끊었던 훠궈를 먹었다. 혈관에 마라가 채워지는 기분, 역시 좋다. 내일은 두 달만의 풋살 친선 경기다. 그래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인 훠궈를 먹었다. 몸보신보다 좋은 ‘마라보신’. 워낙 맵고 짠 음식이라 저녁 내내 갈증이 났다. 한 병에 3천 원짜리 고급 탄산수에 아몬드 향이 나는 리큐르(Liqueur)를 섞어 하이볼을 만들었다. 피트 위스키 하이볼을 한잔 더 마시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아침에 배탈 나면 안 되니까! 침대에 누웠는데 경기가 걱정돼서 심장이 뛰었다. ‘경기하면서 마실 얼음물은 잘 챙겼겠지?’ ‘내일 지각 안 하겠지?’ 30분쯤 지났으려나, 취기가 올라오면서 몸이 노곤해졌다.

오랜만에 유니폼을 차려입은 모습은 씩씩해 보였다.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모습이 ‘프로’ 같았다. 우리 팀이 평소 뛰는 구장보다 넓을 곳을 생각하며 걸었다. 지난 7~8월은 날이 더워 냉방이 되는 실내 구장을 이용했다. 실내가 실외보다 구장 크기가 작다. 뛰다 만 느낌이 들 정도. 실내라 천장도 낮고, 골라인 대신 스펀지로 된 벽이 구장을 둘러싸고 있다. 공이 구장 밖으로 나갔을 때, 경기 재개를 위해 안쪽으로 차주는 ‘킥인’이나, 골대 옆 코너에서 차주는 ‘코너킥’이 불가능한 구조다. 대회를 치르는 실외 구장과 차이가 컸다. 조금 긴장됐고, 오랜만에 넓은 구장을 달릴 수 있어 설렜다. ‘축구할 때 듣기 좋은 노래 모음’을 틀었다. ‘쿵쿵쿵’ 소리에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기 시작했다. 경기장까지 막 뛰어갔다.

이런, 구장이 위치한 건물 출입구가 새벽이라 대부분 잠겨 있다. 겨우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지하주차장 안에서 20분을 헤맸다. 그러던 중 딱 봐도 축구하러 온 사람이 멀리서 내 쪽으로 오고 있었다. 나를 지나쳐 어떤 출입구로 들어가길래 뒤따랐다. 그 분 덕분에 다행히 구장에 도착했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 찜통 같은 지하를 헤매서 온몸이 땀에 절었다. 진이 다 빠졌다. 구장 문을 열었는데, 어라? 우리 팀만 와있었다. 상대 팀도 길을 헤매고 있나 보군. 숨을 고르면서 잠깐 꼰대 같은 생각을 했다. ‘이렇게 기강이 해이해서 쓰나? 경기 시작 20분 전에는 와야 하는 거 아니야? 뛰어와야지!’ 상대 팀 선수들은 우리 언니들보다 나이가 많은 것 같았다. 5:5 경기인데, 상대 팀은 딱 6명이 왔다. 우리 팀은 총 9명이 왔다. 교체 선수 수가 무려 3명이나 차이 났다. 선수가 모두 모였을 때, 심지어 상대 팀원 한 명이 전날 과음을 해서 올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저쪽이 교체 선수 없이 40분 경기 내내 뛴다고 하니, 어쩌면 오늘이 1승 하는 날이겠다는 기대가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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