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살아볼 용기> : 당연한 것들과의 결별 by 이종미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8/21

인류가 신봉해 온 오래된 미신이 있다. 바로 연령주의 이데올로기다. 생애 주기별 과업이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은 사람들의 다양성을 원천봉쇄시켰다. 정규교육과정을 밟는 청소년기에는 말 잘 듣고 성실한 학생이자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자녀가 되어야 하고, 당연히 학업적 성취를 이뤄 4년제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 키워주신 은혜에 보답하고 제 밥벌이를 하기 위해서는 졸업과 동시에 (되도록이면) 대기업에 취업해야 하며, 자궁이 건강하고 정자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20대 후반에 짝을 만나 가정을 이뤄야 한다. 서로 알콩달콩 맞벌이를 하며 재산을 불리고, 그 돈으로 30대에는 내 집 마련에 성공해야 하며, 최소 한 명 이상의 자녀를 낳고 양육해야만 '정상'으로 인정받는다. 

정답이 정해진 세상에서 호기롭게 나만의 속도로 걸어온 이들은 그 자체로 '용감한 녀석들'이 된다. 나는 열여덟에 잘 다니던(그렇게 믿었던) 학교를 단박에 때려치웠고, 대학도 쿨하게 거부했으며, 낭랑 18세는 총각 20세와 사랑에 빠져 신명나는 연애질을 해봐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조언을 가볍게 흘려들었다. 마이웨이가 체질인 건지 혼자 카페 가기, 혼자 영화 보기, 혼자 밥 먹기, 혼자 독서하기, 혼자 산책하기를 능히 해내는 혼자 놀기 달인이기도 하다. 아무리 봐도 나답게 사는 것뿐인데, 지인이나 절친들은 하나같이 나를 '제인 에어'나 '메리다'처럼 주체적이고 강단 있는 여성 캐릭터와 닮았다고 얘기한다. 변변찮은 고졸 학력, 평범 이하의 외모, 그저 그렇다 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제력을 갖춘 여자가 세상의 기준을 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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