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말할게요, 얼룩소 첫 종이책 냈으니까" by 원은지

"비하인드 말할게요, 얼룩소 첫 종이책 냈으니까"

원은지 · alookso 에디터

2024/03/22

지난해 10월 얼룩소 [질문받습니다]에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를 섭외했다. 그는 당시 필명 ‘기저귀’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 인연으로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단행본 집필을 제안했다. 오지원 변호사, 최윤경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이유민 KBS 기자와 대담을 기획했고, 동행했다. 우리는 자주 만났다. 김진주 작가를 만나고 집에 가는 길에 ‘닮은 점을 오늘도 찾았네’하고 신기했었다.

2020년에 ‘N번방’ 사건 추적기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를 썼을 때 기억이 많이 났다. 초고를 완성하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출판사 편집장은 “빠르게 써줘서 고맙다”고 했었다. 우리는 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당사자다. 폭력 당시를 떠올리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워서 글 쓰는 속도는 느려질 수 있다. 책을 쓸 때 N번방 사건 가해자와 나눈 대화를 들여다보는 게 일상이었는데, 악몽을 꾸기 일쑤였다. 글을 쓰면 아픔이 치유된다던데, 자해인지 치유인지 헷갈렸다.

김진주 작가는 피해 직후 병원에 입원했을 때를 글로 써야 해서 억지로 그 상황을 떠올리는 일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도 본인 사건과 관련한 영상, 문서 자료를 들여다보면서 책을 썼다. 살려고 망각했던 기억을 쥐어 짜낸 김진주 작가 역시 글쓰기가 자해인지 치유인지 헷갈렸을 거다. 다행히 우리는 회복탄력성이 좋다. 자고 일어나면 체력이 회복된다. ‘고통은 잠깐, 기록은 영원히’라는 생각으로 떠오르는 건 전부, 최대한 솔직하고 빠르게 꾹꾹 눌러 담았다. 나만의 책이 아니니까. 책이 하루라도 빨리 범죄 피해자에게 닿기를,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달렸다.

🔥 힘들었던 나와 마주한 작업

얼룩소의 첫 단행본(종이책)이다. 제안을 수락한 이유가 있나?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책’은 사람들이 사건의 피해자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피해자가 범죄 피해를 입은 후에 얼마나 막막한지 알려줄 사람은 피해 당사자 뿐이다. 기사 한 줄이 아니라,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범죄 피해자가 놓인 현실을 자세히 알려주고 싶었다.

얼룩소에 기대한 게 있다면?

얼룩소는 ‘당사자’의 말을 중요하게 여기는 플랫폼이라 끌렸다. 단순히 잘 팔리는 책을 내고 싶으면 경제, 자기개발 관련 서적을 내면 됐을 텐데, 나 같은 피해자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는 게 신선했다. [질문받습니다] 콘텐츠도 다른 플랫폼이나 매체와는 색다르다고 생각했다. 범죄 피해가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 피해 당사자와 무언가 묻고 답하기 어렵지 않나. 그런 기획을 보면서 여기라면 책을 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