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활은 화장실 청소에서 시작된다

김다움
김다움 · 게을러요
2024/03/25
흔히 '대학교 1학년이 꼭 해야 할 것'으로 연애, 동아리, 여행, 운동, '학점 관리'를 꼽는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것들이다. 최우선 사항도 아니다. 오히려 줄일 필요가 있다. '대학 생활'은 웬만하면 대형 술자리로 이어지는데, 대개 인생에 아무 도움 안 되는 얘기만 오간다. 제일 재밌는 얘깃거리는 같은 과 학생들의 연애 관계와 뒷담화다. 나머지는 형식만 남은 호구조사고, 아주 지루하다. 술 게임은 대화의 권태를 피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게임을 하는 동안은 대화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화가 안 통하는 술자리라면, 대화가 아닌 술자리 자체를 피해야 한다.

나는 한껏 노느라 공부하지 않는 학생을 이해하고 응원하며 심지어 부러워한다. 다만 대학 생활을 술자리로 대체해선 안 된다. 그건 자유가 아니다. 술자리는 의례에 가까우며, '성인'에겐 술을 마실 자유보단 술을 안 마실 자유(自由)가 있다. 술자리는 청소년기의 '억압'을 보상하기는커녕, 빚만 지운다. 감정 소모가 심하고, 술에 취해 민폐를 끼치면 꼴불견이다. 취객의 추태는 무식이 체화된 결과고, 사고(事故)가 아닌 사고(思考)다. 물론 내가 싫어할 뿐, 술자리엔 순기능도 많다. 비교적 의례에서 벗어난 술자리, 예를 들어 조용한 바에 간다거나, 2차를 카페로 가서 디저트를 먹는다거나, '막차'를 오후 9시에 타러 간다거나 하는 '일탈'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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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언론을 전공하는데, 그다지 전문적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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