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지론자의 딜레마 - (1)

이정섭
이정섭 · 미천한 학부생
2023/07/31
신神의 존재 여부를 스스로 확신하거나 증명할 수는 없는데, 신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사는 게 결과적으로 더 낫다고 믿는 사람을 상정해보자. 이 사람은 신의 존재를 스스로 의심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까?

어떤 복권을 상정해 보자. 복권의 결과별로 당첨될 확률과 상금이 공개되어 있어 간단한 계산을 통해 기대수익이 양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복권이다. 복권을 얻는 데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여기서 무시하자. 이 복권을 살 돈만 충분히 있다면, 단 한 번이든 여러 번에 걸치든 복권을 구매하는 것이 구매하지 않는 것보다 합리적이다. 이 복권을 단 한 개 사고서 손해를 보더라도, 큰 수의 법칙에 의하면 복권으로 얻는 수익이 양수에 수렴할 것이므로, 이득을 볼 때까지 복권을 계속해서 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기대수익을 계산하지 못하거나, 기대수익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큰 수의 법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 복권을 구매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설령 누군가가 복권을 지속적으로 구매하면 수익을 얻을 것이라는 사실에 의심을 품더라도, 기대수익이 양수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의심하면서 복권을 사더라도 기대수익이 감소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주제를 복권이 아닌 신으로 바꾸면 사정이 다르다.
파스칼의 내기를 근거로, 또는 신앙의 교육적/심리적/사회적 순기능을 인정하여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사람을 상정해 보자. 복권의 기대수익을 의심하면서도 구매하는 이가 존재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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