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교사가 보는 수능 킬러 문항 논란

정담아
정담아 · 읽고 쓰고 나누고픈 사람
2023/06/22
"시험 쉽게 내달라고? 너네 다 만점 나와서 1등급 아무도 없는 게 좋아? 아니면 90점 받고도 1등급 받는 게 좋아?" 몇 년 전 내가 너희들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던 건 며칠 전부터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든 소위 '킬러 문항' 때문이야. 이제 대입에서 멀어진 너희들도, 교직에서 벗어난 나도 교육은 별 관심 사항이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완전히 그 문제에 외면할 수 없는 건 우리의 현재도, 미래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야. 난 내가 받아온 교육에서, 너희는 너희가 받아온 교육의 영향을 받고 있으니까. 그러니 앞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선 교육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할 테니까. 아무튼 오늘 그 이야기를 해볼까. 아주 복잡하고 답답한 이야기가 될 거야. 준비됐지?
이미지 출처 unsplash
1. 대통령의 '수능 발언' 논란

지난주 갑자기 때아닌 수능 논란이 일어났어. 시작은 '공교육 밖 문제는 출제에서 배제하라'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었지.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사실 지원자가 많지 않은 다른 시험을 건드렸다면 이렇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야. 사실 중등(중고등) 학교 교사를 선발하는 임용시험은 꽤나 문제가 많지만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거든. 그걸 문제 삼아봤자 큰 이슈가 되긴 어려워. 하지만 수능은 다르지. 거의 전 국민이 관련되어 있는 큰 시험이잖아. 너무 슬픈 현실이지만 각 가정마다 아이의 대입을 위해 모든 플랜이 설정되고 생애 주기가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 역린을 건드려버린 거지.

여론이 심상치 않자 교육부와 대통령실은 바로 해명에 나섰어. 대통령이 난이도 관련 지침을 내린 게 아니라 공교육 밖 내용을 출제하면 '불공정'해질 수 있으니 이에 대한 지적이라는 거였어. 개인적으로는 그놈의 '공정성'과 '자유'는 하도 여기저기 붙여대서 이제 지칠 지경이더라고. 그 멋지고 좋은 말을 이렇게 쓰다니. 아무튼 국민들의 마음도 쉬이 가라앉지는 않았어. 일단 수능이 얼마 남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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