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장미를 닮았던 이름모를 너..

survivor
survivor · 나는 살아남았다. 살아남을 것이다.
2023/05/24
이사하고 화분을 하나 샀다.
장미꽃을 닮은 작은 흰꽃이 별처럼 알알이 피어나는 화분이었다.

꽃이 지기 시작하고 잎이 시들어가며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난 수저 하나랑 생수 한 통, 시들어가는 화분을 들고 아파트 화단 모퉁이 한 쪽으로 갔다.
비닐을 벗긴 화분 안엔 뜻밖에도 장미꽃 닮은 외형과는 달리
잡초라고 해야 할 추레한 줄기와 뿌리를 가진 넘나 초라한 풀이 들어 있었다.

다년초라고 했던 꽃 파는 노점 여인에게 분노를 느끼며 나는 가져간 수저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수십년 다져진 아파트 화단의 흙은 상상 이상으로 단단했고
누군가의 저지로 이 꺼져가는 생명을 땅에 이식하지 못하게 될까봐 맘이 바빴던 나는 화분 깊이 만큼도 못 파고 볼록하게 올라온 풀뿌리를 대강 감춰주고 물을 주고는 얼른 자리를 떴다.

그 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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