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를 제대로 대변하는 선거 제도 같은 건 없다 :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
'선거제 개혁'이라는 말을 보고 있으면 괜히 삐딱해진다. 특히 선거제도 개혁이 마치 시대적 과제인양 이야기하는 정치 세력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짜게 식는다. 나 스스로가 군소 정당의 당원이면서도 그렇다. 왜냐하면 어떤 선거 제도도 그 자체의 개혁성이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팔을 자르는 심정'으로 이재명을 찍었으나 윤석열이 당선된 현실을 두고 '결선투표제' 도입이 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것처럼 얘기되는 걸 보니, 뭐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나 한편으론 애처롭다(?)는 생각도 든다. 진짜 그랬으면 안철수가 됐을지 누가 알겠는가.
무슨 선거 제도가 도입되건 소위 '민의'라는 건 어떤 식으로든 왜곡될 수밖에 없다.
가령 후보별 선호도에 따른 유권자의 비율을 조사했더니
윤석열 > 이재명 > 안철수 = 40%
안철수 > 이재명 > 윤석열 = 35%
이재명 > 안철수 > 윤석열 = 25% 였다고 가정해보자.
1) '단순다수제'에서는 윤석열이 이긴다.
2) '결선투표제'에서는 안철수가 이긴다.
: 1차 이재명 탈락, 2차 윤석열(40%) vs 안철수 (35%+25%)
3) 선호도에 따라 1, 2, 3점을 부여하는 '점수제 투표'에서는 이재명이 이긴다.
: 윤 = 3x40% + 1x35% + 1x25% = 1.8
: 안 = 3x35% + 2x25% + 1x40% = 1.95
: 이 = 3x25% + 2x40% + 2x35% = 2.25
4)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최저 득표자를 탈락시키고 선호도를 합산하는 '선호투표제'에서는 안철수가 이긴다.
유권자들의 선호도는 바뀌지 않았는데 제도만 바꿔도 당선자가 갈린다. 이 중 진정으로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 제도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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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우는 아예 민의를 온전히 반영할 수 있는 제도란 없다고 못 박는다.
예를 들어 유권자 3명으로 이루어진 A 선거구에서는 유권자 갑, 을, 병이 각각
갑 : 윤석열 > 안철수 > 이재명
을 : 안철수 > 이재명 > 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