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폭력성향 체크리스트도 있고, 데이트 폭력이나 교제 살인 체크리스트도 있고, 가스라이팅 체크리스트도 있고, 아동학대 체크리스트도 있다. 그러니깐 요즘에는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는 각종 폭력과 학대에 대한 체크리스트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놓여있는 폭력의 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못 찾았다. 이름조차 못 찾은 것 같았다. 

예를 들어 부부폭력성향 체크리스트에는 이런 문항이 있었다. '배우자와의 싸움으로 뺨을 맞는 등 상처 나 타박상을 입었다.' 또는 '배우자가 아이들 앞에서 자신을 비난했다.' 아니면 '배우자에게 욕이나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말을 들었다.' 데이트 폭력 체크리스트에는 '하루 종일 많은 양의 전화나 문자를 한다.'와 '옷이나 머리 모양 등 외적인 모든 부분을 교제 상대가 결정한다.' 사항들이 있었다. 나는 이 문항들을 하나씩 읽어가면서 배우자와 교제 상대 대신의 엄마를 넣어봤다. 엄마와의 싸움으로 뺨을 맞는 등 상처 나 타박상을 입었다. 엄마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를 비난했다. 엄마에게 욕이나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말을 들었다. 엄마가 하루 종일 많은 양의 전화나 문자를 한다. 옷이나 머리 모양 등 외적인 모든 부분을 엄마가 결정한다. 그제야 나는 어쩌면 이건 부모의 성인 자녀 폭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내가 부부가 아니고, 아동이 아니고, 데이트 상대가 아니라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를 도통 그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궁금했다. 

찾아보다가 한국가정 법률사무소에서 올해 진행했던 심포지엄 '자녀의 부모 폭력에 대한 검토와 대응 - 독립하지 않은 성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