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가 없으면 키친 타월로 :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며

이현주 · 사사롭고 소소한 이야기를 짓습니다.
2022/09/06

늘 그곳에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것 같았던 화장실용 두루마리 휴지가 지난 2020년 2월 하루아침에 홍콩땅에서 자취를 감췄다. 루머로 인한 패닉 바잉(Panic buying, 불안 심리로 인한 사재기 현상) 때문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배송로가 차단돼 휴지 공급이 완전히 끊길수 있다는 것이었다. 

   매대에 남아있던 키친 타월 몇 개를 들고 패잔병처럼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부디 이것을 화장실에서 사용할 일은 없기를 바라며. 일단 집에 비축돼 있던 휴지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했다. 1번 일은 한 번에 세 칸, 2번 일은 다섯 칸을 넘으면 안된다는 새로운 집안 규칙을 곧바로 제정해 공포했다. 다행히 내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십시일반 휴지를 나누어 주었고 키친 타월을 용도에 벗어나게 사용하는 참극은 면할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물건 품귀 현상은 사실 휴지가 처음이 아니었다. 마스크, 손소독제 같은 위생용품이 가장 먼저 사라졌다. 사스(SARS, 2003년 유행하며 774명의 사망자를 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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