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교직생활] 8장. 연령 무관, 학력 무관, 경력 무관의 기쁨
2024/04/08
불안을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스마트폰에 아르바이트 앱을 깔았다. 하지만 50대 중반을 넘긴 남자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거의 없었다. 경비직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매일 출근하며 몇 개월씩 하는 일은 할 수가 없었다. 해임 소송이 곧 끝나면 복직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택배 물건을 나르는 일도 가끔 눈에 띄었다. 허리가 아픈 나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가끔 복직에 대한 믿음이 순식간에 무너지기도 했다. 사회에서 영영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냉정한 마음으로 침착하게 불안을 걷어내면, 생각은 승소한다는 결론으로 나를 안내했다.
앱으로 자기소개서를 처음 넣은 곳은 호텔 청소였다. 집에서 멀지 않았다. 호텔 청소는 다른 곳보다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자기소개에 과거 직업을 써넣어야 했다. 망설였다. 교사나, 교수 생활 외에는 써넣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호텔에서 나를 써 줄 것 같지 않았다. 며칠을 고민했다. 안 되더라도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사실대로 썼다. 교수라는 직업을 가졌었다고 썼다. 명예퇴직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절대로 권위적이지 않고, 시키면 허드렛일도 잘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렇게 쓰자, 손님의 담배 심부름에 내가 “네” 하면서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매점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떠올랐다. 부끄럽지 않았다. 당분간 하는 것이고, 세상을 더 경험하는 것이고, 교수로서 역량을 더 많이 갖추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어쩌면 호텔 청소 일자리라도 붙잡고 싶은 욕망이 커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에 이른 것도 같다.
며칠...
발달장애 학생들과 생활하다 교수가 되었어요. 교사 시절 급훈은 '웃자'와 '여유'. 20년 교수 생활 내내 학내 부조리와 싸우다 5년간 부당 해고, 파면, 해임되었다 복직 되었어요. 덕분에 정신과 치료, 교권 확립, 학교 상대 나홀로 소송의 노하우를 선물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