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잃어버린 시간(선과 나무의 홈스쿨링)

손선경 ·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아
2023/03/15
중학교 2학년 교실, 선은 칠판을 보면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가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러나 그것은 연기였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선은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을, 책만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을, 왜 매 번 저렇게 지루하게 설명을 하는 것일까?
선은 10분 단위로 계속 시계를 훔쳐보고 있었다.
선이 집중하는 것은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그렇게 공부하고도 성적이 상위권을 찍었다면, 그때 다른 친구들은 제각각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선은 거기에 대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다른 친구들도 선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게 무슨 미친 짓이람?
이렇게 시간을 몽땅 날려버리다니! 
힘이 빠졌다.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 잘려나간 기분이었다.
   

선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척하면서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는 시간은 고문과도 같았다.
아마 선이 좋아하는 어떤 ‘생각의 유희’에 빠졌다면, 금방 선생님으로부터 분필조각이 날아올 게 뻔했다.
   
그러나 선은 누구에게도 그런 얘기를 털어놓을 수 없었다. 
심지어 또래들에게도.
그 시대의 사람들은 모두 학교에 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평범한 생각들뿐이었으니까.

선은 그 시간을 심플하게 포기했다. 
굴종의 시간. 
잠시, 어른들에게 우호적으로 삶을 대여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어쩔 수없이 운명에 저당 잡힌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선은 자기의 희생으로 무능한 군상들―선생님들이나 교육 관계자들―이 꿀을 빨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생각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시작된, 선의 유희였다.
대상을 바라보고 가만히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 느낌 속에 스며드는 것…….
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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