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일기

펄케이
펄케이 · 경계에서 연결을 꿈꾸며 쓰는 사람
2023/09/13
비가 세차게 오더니 
금세 날이 캄캄해졌다.

산책을 못 나가 우울한 지
현관 앞에 쭈그리고 앉아 
멍하니 잔뜩 흐린 하늘을 올려다본다.

코를 킁킁대며 비 냄새를 맡다가는
이내 실망한 듯 고개를 돌린다.

"어디 갔어 우리 강아지! 이리 와~"
하고 이름을 불렀더니,

터덜터덜 걸어와 한번 쳐다보고는
자기 집으로 삼은 쿠션 위에 올라가
몸을 공처럼 말고 잠을 청한다.

열어둔 문이 신경 쓰이는지
작은 소리가 날 때마다
쫑긋 하고 귀를 세우는 강아지

쏴~ 하는 빗소리에 섞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한 번씩 들린다.
똑. 똑. 똑. 똑.

막 잠이 들려던 강아지는
누군가 문을 두드리나 싶어 
황급히 현관으로 달려 나가 보지만,

여기저기 코를 대봐도
사람 냄새라고는 전혀 나지 않는다.

누나의 "귀여워' 웃음소리에 
빗소리에 또 속았구나 생각하며
다시 돌아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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