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을 만나다

이원철 · 호주에 살고 있는 사람
2023/12/09
2011년 10월 말...

멜번에 도착한 지 어언 한 달.. 한 달 동안 멜번에 정착하기 위해서 꽤 많은 노력을 했다.
큰애는 집 근처 초등학교에 10월 초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유치원을 다닐 때 영어를 배우기는 했지만 한국나이 8살-만 7살짜리 꼬마가 얼마나 영어를 알까? 학교를 보내며 'toilet'이라는 말만 잘 얘기하라고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잘 얘기했단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 손을 번쩍 들고는, "I am toilet."이라고 했다고.. 하나도 못 알아듣는 영어로 하는 수업을 하루 종일 멍하니 듣고 있었으리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물론 십 년도 더 지난 지금은 나보다 영어를 잘 한다.(ㅠ.ㅠ)

정착 초기, 돈을 넉넉하게 가져오지 못했던 우리는 영주권을 받을 때까지 차 없이 살아보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그래서 큰애 학교까지 15-20분, 쇼핑센터까지 10-15분, 기차역까지 15분, 도서관까지 10분 정도를 매번 걸어다녀야 했다. 나와 아내야 어른이니 걷는 것이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12살이 안 된 아이들을 집에 보호자 없이 방치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들었기에 쇼핑을 하러 갈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했다. 하정이(큰 딸)는 나름 씩씩하게 걸었지만 하진이(작은 딸)은 4살 밖에 안 되어서 걷는 게 힘들어서 매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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