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쥐들의 나라 사람의 나라 - <서울의 봄>을 보고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11/26
들쥐들의 나라 사람의 나라 - <서울의 봄>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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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나오는 순간 딸아이가 크게 탄식을 했다. “스트레스 풀려고 영화 보러 오는 건데 뭐 이건 스트레스가 풀로 쌓이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 표정이 대개 그랬다. 영화 자체는 재미있었다. “어 저건 사실하고 다른데?”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 이건 영화지!” 하며 자세를 고쳐 잡은 것이 여러 번이었서 영화 스토리에 전적으로 몰입하는 데 약간의 애로 사항을 겪었지만 황정민의 출중한 악역 연기 (아들의 평이 ‘전두환이 난 놈은 난 놈이었네’였음)와 정우성 등 다른 배우들의 호연으로 이내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답답하고 주먹이 쥐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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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볼만한 영화였다. 그 이후의 정권 뿐 아니라 ‘그날’이 짓밟은 서울의 봄과 광주항쟁까지 치면 향후 수십 년의 역사에 그림자를 드리웠던 1979년 12월 12일에서 13일까지의 짧은 시간을 매우 입체적으로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요즘 극장값 비싸다지만 넷플릭스에 뜨기를 기다리지 않고 극장에서 공순히 관람할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역으로 왜 내가 돈 주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가 하는 탄식이 생생하게 공감되기도 한다. 영화가 묘사한 현실이 그만큼 갑갑하고 슬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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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은 부하에게 이렇게 외친다. “"내 눈앞에서! 내 조국이! 반란군한테 무너지고 있는데...... 끝까지 항전하는 군인 하나 없다는 게.... 그게 군대냐.” 이 대사를 할 때 정우성은 앞에서는 언성을 높인다. 내 눈앞에서! 내 조국이! 분노하여 부하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마지막 질문에서는 힘이 확 빠진다. “그게..... 군대냐?” 결코 호통이 아니었다. “니들은 군인도 아니야!” 같은 힘있는 질책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조(自嘲)였고, 하소연이었고, 푸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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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11기의 보스이자 경상도 중심의 사조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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