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세계
전담 요리사가 가져다 놓은 해삼 샐러드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녀는 두툼한 사업 보고서를 회계사나 세무 조사관처럼 빠르게 넘겨보고 있었다.
80에 가까운 나이였으나 그녀가 삼십여 년 전부터 주식으로 먹어온 해삼 샐러드 등의 영향인지 피부는 탄탄했고 눈빛은 형형했다. 주기적으로 외국에서 얼굴을 손보기도 했으므로 한다고 하는 연예인들과는 확연히 급이 달랐다.
-아주 싸그리 엉망이구만!
싸늘한 눈길로 그녀는 50대 중반의 아들을 보았다.
-그래도 마트 쪽에선 적자를 200억 줄였어요.
주눅 든 표정으로 아들이 말했다.
엄마가 회장인 그룹에서 그는 다섯 개의 계열사를 책임진 부회장이었다.
-이게 적자를 줄인 거냐?
-보시다시피...
-홍보, 마케팅 비용과 인력감축으로 줄인 게 줄인 거냐? 판매실적으로 만회해야 한다는 것도 모르는 니가 무슨 사업을 하겠니. 날 속이려고 한 짓은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넌 이제 안 되겠다.
-엄마...
간절히 그녀를 바라보는 아들 건너편에 앉아 있던 40대 후반의 딸이 나섰다.
-인간들이 오빠를 뭐라고 하는지 알아?
아들이 다소 멍청한 얼굴로 여동생을 보았다.
-마이너스의 손이래. 손대는 사업마다 말아먹는다고 ㅋㅋㅋ
-이게 정말! 넌 뭘 잘했다고 지랄이냐?
-난 다 정리하고 이제 하나에만 집중하잖아.
-너랑 나랑 맡은 사업들 비중이 같아?
-내가 했으면 그렇게는 안 해.
-이게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