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철학과 처세법 8. 덕은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철
이철 · 철학자
2024/06/08
지금까지 앞에서 설명한 도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봅시다. 이 세계는 서로 반대되면서 하나로 연결된 한 쌍에 의해 생성되었고 운행됩니다. 노자는 이것을 ‘도’와 ‘도 아님’이라고 말합니다. 이 쌍은 한쪽이 도가 되면 다른 한쪽은 도 아님이 됩니다. 이 쌍은 서로를 낳고 서로를 소멸합니다. 생성되자마자 소멸되면 이 세계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서로 반대이면서 하나인 이 쌍은 분리되어 번갈아 출현합니다. 이것이 노자가 말하는 도道입니다.
이제 우리는 노자가 말하는 도가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도에 어긋나게, 도와 반대되는 삶을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도에 따라 살아야 할까요? 이 세계의 운동 원리와 어긋나게 살면 힘들고 고통스럽고 아마 오래 못 갈 겁니다. 그렇다면 이 세계의 원리에 따라 살아야겠지요. 이 세계의 원리에 따라 사는 노자 처세법의 핵심이 바로 덕德입니다. 
《백서 노자》에서는 제일 첫 번째 장이 덕으로 시작하는 장입니다. 한번 읽어볼까요.     

높은 덕은 덕을 내세우려 하지 않으니,
 오히려 덕이 있네. 
낮은 덕은 덕을 잃지 않으려 하니, 
오히려 덕이 없네. 
상덕부덕上德不德, 시이유덕是以有德.
하덕불실덕下德不失德, 시이무덕是以無德.
- 37장     

이 구절은 《도덕경》 7장에 나오는 ‘그  몸을 뒤로 두는 데도 몸이 앞서게 되고, 그 몸을 외면하는데도 몸이 보존된다는 구절과 그 사상이 똑같습니다. 몸을 뒤로 둔다는 것은 남보다 앞서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경쟁에서 타인을 누르고 앞서 나가지 않고 오히려 경쟁에서 지는 것이 몸을 뒤로 두는 것이죠. 그런데도 오히려 남보다 앞서게 됩니다. 즉 남을 이기려 하지 않기에 오히려 이기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덕이 있음을 앞세우지 않으니 덕이 있습니다. 반대로 덕을 잃지 않기 위해 덕이 있음을 내세우면 덕이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서로 뒤바뀜 법칙 때문입니다. Ⅰ부 4장에서 설명했듯이 반대이면서 하나인 쌍은 서로 분리되어 번갈아 출현합니다. 이걸 한자로는 상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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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고대 고전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쓴 책으로는 주역의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스스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주역 공부》를 비롯하여 《맞얽힘 : 맞선 둘은 하나다》, 《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 사건》, 《가슴에는 논어를 머리에는 한비자를 담아라》, 《논어 암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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