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슬럼덩크를 보는 옆자리 곤히 자던 사람
2023/01/25
주거복지의 사각지대 찜질방, 만화방, PC방
요사이 슬럼덩크 영화판이 나오면서 1990년대 만화책으로 보던 슬럼덩크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도 그 때 보았던 만화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좋아했죠. 저는 그 당시 30대였는데 여전히 만화를 좋아했습니다. 가끔 서울에 올라올 때면 심야만화방에서 보곤 했던 만화 중에 슬럼 덩크도 있었죠. 매번 갈 때마다 새로 나온 것만 본 게 아니라 항상 첫 권부터 보았는데 족히 10번은 본 듯합니다.
주로 이용하던 곳은 서울역 부근 대형 만화방으로, 밤을 새다시피 하며 라면도 시켜 먹으며 읽었죠. 그리고 첫 기차를 타선 밀린 잠을 청했습니다. 그 때 만화방에선 심야에 만화 대신 잠을 청하는 이들이 꽤 있었는데 당시의 저는 그들이 그냥 저랑 비슷하게 우연히 시간이 맞질 않아 여관을 가기보단 만화방에서 만화도 보고 잠도 청하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은 그들 중 꽤 많은 사람이 심야만화방이 유일한 잠자리였다는 것을 압니다. 정확한 금액은 잊었지만 당시 만화방에서 심야티켓을 끊는 비용이 여관에서 자는 것보단 훨씬 쌌던 것도 기억나고요.
이들이 ‘비주택 거주자’ 중 ‘다중이용시설 이용자’들입니다. 다중이용시설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찜질방과 만화방 그리고 PC방입니다. 앞선 글에서 현재 우리나라 통계에서 ‘비주택거주자’는 일단 숙박업소, 판잣집, 기타로 나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기타를 ‘고시원’과 ‘임시 공간 및 다중이용시설 이용자’로 나눈다고 했지요. 이들 ‘임시 공간 및 다중이용시설 이용자’는 하지만 더 이상 따로 집계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중이용시설 이용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번 다중이용시설 이용자 이야기에 통계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통계 자료가 없다는 것은 정부의 정책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주거복지의 사각지대에 사는 지워진 이들입니다. 물론 이유가 없는 건 아닙니다. 워낙 불안정하니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합니다. 수시로 노숙자가...
외면하고 있는 도시의 어두운 면이군요.
외면하고 있는 도시의 어두운 면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