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포기할 수 없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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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포기할 수 없는 이야기들

송태섭의 고향은 왜 오키나와여야 했을까

이재민
이재민 · 웹툰 읽고 글 쓰는 사람
2023/01/17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예고편 캡처
술자리에서 한 얘기 또 하는 사람의 기분으로, '진짜 마지막'이라고 다짐하며 슬램덩크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인공, 송태섭의 고향에 대해서다. 더빙판에서는 삭제됐지만, 자막판에서는 가장 첫 장면은 바다 위의 섬을 비추는 "오키나와(沖縄)"라고 적힌 글자다.
출처=I.T. Planning(이노우에 다케히코의 IP기업), 1998
1998년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각영상단편"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유통된 <피어스>에서 이미 송태섭의 고향이 오키나와임이 드러난 바 있다. 물론, 당시의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어떤 생각으로 송태섭의 고향을 오키나와라고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오키나와'라는 곳이 가지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송태섭의 고향을 오키나와로 만든 이유를 알 수 있다.

* 일본이지만 일본이 아닌

오키나와는 한때 '류큐 왕국'이라는 독립 왕국을 이루고 청과 중개무역으로 부를 쌓았던 나라였다. 지금도 '류큐인'이나 '류큐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1609년, 일본의 사츠마 번에게 점령당한 후 사실상 유명무실한 왕국이 됐다. 중개무역으로 이득을 쌓기 위해 사츠마 번은 류큐왕국을 유지시켰지만, 그건 '서류상' 유지였을 뿐 실상은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통한 착취에 가까웠다.

사탕수수는, 플렌테이션을 경험한 다른 많은 나라들에서 그렇듯이 여전히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그러나 '플렌테이션'이라는 말이 다 담지 못하는 비극의 산물이기도 하다. 융성했던 왕국이 몰락하고 가난에 신음하게 된 원인이 바로 사탕수수였기 때문이다.
출처=오키나와 관광청 홈페이지 캡처
지금도 오키나와 관광청 홈페이지에선 사탕수수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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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과 콘텐츠를 보고 글을 씁니다. 2017, 2019 만화평론공모전에서 수상했고, 웹툰 웹진 웹툰인사이트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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