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9
엔딩 장면에서, 어머니는 태섭에게 사투리 섞인 억양으로 "산왕은 어땠니?(山王ってどう?)"하고 묻는다. 태섭은 억양 없는 말로 답한다. "강했어(強かった).", "무서웠어(怖かった)." 그게 산왕전 이후의 송태섭이다. 형이 '강한 척 하라'고 했지만 이제는 강한척하지 않고 무서웠음을 인정하는, 모호함 그대로를 받아들인.
당연히, 송태섭은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태섭은 그렇게 흔들리는 상태로도 두려움을 마주하고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명확하게 속하지 못하지만 그냥 '나' 인 상태로 있을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형에게서도 벗어났고, 형의 부재에서도 벗어났다. 그러면서 동시에 형을, 오키나와를, 그리고 형의 부재를 인정할 수 있게 됐다. 그 모호함이 송태섭의 정체성이다.
일본 최남단인 오키나와 출신 송태섭, 일본의 혼슈에서도 혹독한 날씨로 유명한 아키타 출신 정우성이 만난 무대가 미국 대학농구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송태섭이 이미 거쳐온 혼란을, 강제로 포지션마저 변경하고 미국에선 자신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처음으로 경험한 정우성이 마주하는 장면으로 맺는 엔딩은 이노우에가 준비한 또다른 선물이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일본 본토의 최남단 가고시마 출신이다. 본인이 도쿄에서 이방인으로서 느꼈던 감정을 투사한 것일지, 1967년생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자라면서 보았을 독립운동과 격렬한 저항의 이미지를 가진 오키나와를 그려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노우에는 오키나와를 닮은 송태섭의 모호한 정체성을 그 자체로 긍정했다.
관련하여 오키나와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보자. 1868년 1월 3일 왕정복고가 결행되고 메이지 덴노가 왕위에 오른다. 이후...
만화(한국만화, 일본만화, 웹툰, 그래픽노블 등)를 좋아합니다. 보고, 연구하고, 글을 씁니다. 2020년부터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글 잘보고 가네요^^
좋아요 누르고 가네요!!
명절 잘보내세요~~!
<리얼>만 봐도 그렇죠. 어떤 시선인지 작품만 봐도 알 수 있는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