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편파적이지 않을까?

엄윤진
엄윤진 · 대안적인 지식을 생산하는 생각공장
2023/02/14




법은 본성상 보수적이다!

그러면 법은 중립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은 거다. 그러니 법치를 말하는 자들은 편파적이란 비판에도 취약해 보인다. 반여성주의(Anti-feminism or Sexism)적인 입장, 외국인과 난민에 대한 혐오 정서, 그리고 대놓고 법인세 감세를 비롯해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우리 보수 정치 세력은 유럽 기준으로 보면 사실 극우에 가깝다. 이렇게 치우친 보수 세력은 중립적이거나 공정하지 않으면서 그동안 공정을 외친 거다. 


그러면 다시 왜 법이 보수적(conservative)인가?

법을 누가 쓰고, 법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란 질문을 던져 보자. 어느 사회나 법을 쓰는 자들은 그 사회의 엘리트나 기득권자들, 또는 그들의 아들, 딸이다. 법은 공동체의 규칙이다. 그런데 공동체엔 뚜렷한 여러 계층과 배경이 있는 사람들이 섞여 산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상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법을 쓴다면, 어느 계층의 이익을 위해, 어느 관점에서 법을 쓰겠는가? 칼 마르크스가 그랬다. 사람들이 갖는 세계관은 자신들의 계급에서 비롯한다(J. H. Arnold, 2004, pp. 85-86). 개인 각자가 갖는 사회•경제•정치적 계층과 배경이 그 사람의 세계관을 결정하지 않겠나? 특정 배경이나 계층을 가진 자들만, 그것도 극소수 사람들만 법을 쓰면, 그 법에 누구의 관점이 들어가고, 그렇게 쓰인 법은 누구의 지위와 이익을 지키게 될까?


법의 역할은 어떤가?

법은 사회 구성원이 공존하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이니 자연히 그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한다. 그 현재의 질서(the status quo)를 유지하면, 누가, 어느 계층이 가장 이득일까? 당연히 현 제도(질서)로 가장 높은 자리나 계층에 오른 자들일 거다. 그 제도와 삶의 방식, 그 시대의 도덕률 포함해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을 그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니, 이 소수의 상류층과 지배 계층은 또 자연스럽게 현 상태를 지키려(conserve)할 거다. 그런데 그 당대의 질서를 지켜주는 역할을 또 법이 한다.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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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철학서인 <거짓 자유>(갈무리, 2019)와 실존주의 관련 책 <좋아서 하는 사람, 좋아 보여서 하는 사람>(도서출판 흔, 2021)을 썼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필진(문화평론가 2023). 개인의 고유성과 공동체란 가치 모두를 중시하는 자유 사회주의자(a liberal socialist)다. 헤겔이 말한 역사의 목적인 모든 이가 자유를 누릴 사회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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