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서늘한 밤 공기는 그리움의 향기를 담고 있다

얼룩커
2022/04/29
창가에 앉아
법정스님의 '서 있는 사람들' 필사를 하는
4월의 고요한 저녁 시간이다.


슥슥거리는 연필 소리가
부산스럽고 미처 정리되지 못했던 하루를
싹싹 쓸어 담아 주는 빗 질 같다.


반팔로 드러난 팔에 와 닿는
4월 밤의 서늘한 바람에서
그리움의 냄새가 난다.


어릴 적 늦은 저녁 시간까지
밖에서 놀던 내게
어스름하게 내려 앉는 어둠보다
피부로 느껴지던 서늘한 기운은


'아, 이제 집에 들어가야 하는구나
더 놀다가는 엄마한테 혼나겠다.'는 신호였다.


온전하게 놀고
깡충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느껴지던 충만감은
땀을 식혀주는
서늘한 바람과 잘 어우러져
내일에 대한 기대를
가득 채워주었다.


초등 5학년(그때는 국민학교) 4월
어느 저녁 풍경을
고스란히 내게 실어다 준
저녁 바람은
지금의 내 나이보다
더 젊으셨던
엄마와, 살아 계신 아빠의 모습도
그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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