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in 고전] ‘여성의 혼자 있음은 가능한가’를 묻는 소설
2022/09/12
[문학 속 한 장면] 도리스 레싱 단편, <19호실로 가다>
수전이 19호실로 간 이유
도리스 레싱의 단편 <19호실로 가다>는 혼자 있음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특히 이 소설은 여성에게 ‘혼자 있음’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나아가 여성의 혼자 있음을 불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은 무엇인지, 애초에 혼자 있음을 그토록 간절히 바라게 만든 사회적 맥락은 무엇인지, 여성이 혼자 있는다는 게 불가능한 것 또는 부적절한 것으로 세팅되어 있음으로 해서 남성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소설의 주인공 수전은 성공한 직장인이고 지성인이며 삶에 대한 주관이 뚜렷한 여성이다. 결혼을 할 때에도 결혼생활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 있었고, 실제로 그 비전을 이루며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혼란이 찾아온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온전히 혼자일 수 없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수전은 후미진 골목에 자리한 낡은 호텔의 19호실을 매일 찾게 된다. 수전에게 ‘19호실’은 무슨 의미였을까? 왜 그녀에겐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했을까?
이 방에서 수전이 뭘 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충분히 쉬고 나면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 양팔을 쭉 뻗고 미소를 지으며 밖을 내다보았다. 익명의 존재가 된 이 순간이 귀중했다. 여기서 그녀는 네 아이의 어머니, 매슈의 아내, 파크스 부인과 소피 트라우브의 고용주인 수전 롤링스가 아니었다. 친구, 교사, 상인 등과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 있는 그 수전 롤링스가 아니었다. 정원이 딸린 크고 하얀 집의 안주인도 아니고, 이런저런 행사에 딱 맞게 차려입을 수 있는 다양한 옷을 갖고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녀는 존스 부인이고 혼자였다. […] 그래, 난 지금 여기에 있어. 만약 다시는 식구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더라도, 난 여기에 있을 거야……. 정말 이상하지! 그녀는 창턱에 몸을 기대고 거리를 내다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느꼈다. 모르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도리스 레싱, <19호실로 가다>, 문예출판사, 318쪽
그런데 다소 놀랍게도, 19호실에서 수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다만 그곳에서 수전은 ‘익명의 존재’가 된다. <19호실로 가다>는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관계 속의 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라는 점에서 관계는 중요하다. 하지만 <19호실로 가다>는 우리가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들이 곧 사회적 압력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도리스 레싱은 한 여성에게 그 압력이 얼마나 견뎌내기 힘든 것으로 다가오는지, 또 (일단 그러한 압력이 의식되기 시작하면) 거기서 벗어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그것은 남성중심 사회, 가부장제의 압력일 것이다. 그것은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의 것’을 갖지 못하게 하며, 대신 엄마와 아내, 조력자의 위치에 머물게 한다. 다음의 서술들은 단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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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학자가 한국 사회는 관계망 사화라 피곤하다 했는데 하하하
관계 내가 피곤할 때는 끄고 싶네요
말하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고..
그런 순간들..
그렇게 궁지에 몰리는..
용기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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