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민
오혜민 인증된 계정 · 여성학자, 한예종의 페미니스트 선생
2023/04/06
이번 학기 후반부에 진행할 총 여섯 개의 토론 질문을 정했다. 드디어.

각 주차의 주제에 따라 토론 질문이 정해진 뒤 모든 학생은 각 입장에 임의로 배치될 것이며, 모두 한 번씩은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개강 날부터 이미 알린 상태였다.
임의 배치는 몇 년 전 다른 선생님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래야 토론이 끝난 뒤 의견차를 이유로 서로를 저격하는 일이 없고, 자신의 원래 입장과 다소 어긋나는 입장에 배치되게 되더라도 가상의 역할을 부여받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 입장을 이해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이미 여러 과제물에서 토론해보고 싶은 몇 가지 세부 주제를 요청받은 후이기도 했다. 토론 주제가 정해지는 대로 질문과 리스트를 공개 하겠다는 얘기도 이미 몇 차례 한 터였다. 게으름을 피운 것도 아닌데, 자꾸 게으름뱅이가 되는 기분이었다.

아무튼, 빠르게 찾아온 여름 날씨 마냥 중간고사도 다가오고 있었고, 중간고사 이후 바로 진행되는 주차부터는 토론이 시작되어야 했다. 

이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무렵, 바로 또 다른 생각 하나가 스쳐 갔다.

어쩌면 나 역시 찬/반의 토론 방식에 너무 길들여진 거 아닐까. 한 입장, 그리고 그 입장과 대치되는 입장을 상정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것 아닐까.

생각의 전환 때문인지 방학 내내, 개강 이후 내내 고심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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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입장을 해석하고 번역하는 연구자, 존중의 공간을 만드는 선생을 목표로 반 페미니즘 백래시, 여성 청년, 교차성, 이주, 페다고지를 탐색한다. 도서 <벨 훅스 같이 읽기> <지금 시작하는 평등한 교실>, <Unbekannte Vielfa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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