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보낸 택배

이원철 · 호주에 살고 있는 사람
2023/12/10
이민을 결정하고...

한국에서의 마지막 주에 그간 살던 집에서 쓰던 것 중 멜번으로 보낸 것, 주변 분들에게 나눠 준 것을 빼고는 몽땅 버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마도) 목요일 저녁, 아파트에서 분리수거를 하는 날, 집에 있는 박스부터 못 쓰는 가전제품까지 쌓아놨던 것을 몽땅 내놓았다. 다행이 분리수거장이 내가 살던 동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살아온 세월이 짧지 않았는지 버려야 할 것이 쌓여 있었기에 밤 열 시부터 시작한 분리수거는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경비아저씨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시기까지 하셨다. 난 그냥, "오늘은 버릴 게 많네요."라고 대답하고는 아마도 쓸 만한 게 있을 수도 있다며 넌지시 말을 건넸다. 하지만 아저씨는 별로 신경도 안 쓰고 그냥 뒤돌아섰다.

그리고, 이제 멜번으로 가져가야 하는 짐 중 이삿짐으로 부친 물건들을 빼고 나머지를 이민가방 4개에 무게(베트남 항공은 개인 당 30kg)를 맞춰서 차곡차곡 넣었다. 30kg을 달 만한 저울이 없어서 아파트 헬스장에 몸무게를 재는 큰 저울을 잠깐 사용해도 되냐고 허락을 얻어서 물건을 다 넣은 다음 이민가방 4개를 낑낑대며 차에 싣고 다시 헬스장 앞에서 낑낑대며 이민가방을 다 내리고 지하에 있는 헬스장까지 다시 낑낑대며 옮겼다. 무게는 3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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