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상에게 향불을 올리는 이유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6/03
이현상에게 향불을 올리는 이유 -빨치산의 흔적을 찾아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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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육산이라고들 말한다. 곳곳에 도사린 너덜길이나 계곡에 널린 집채같은 바위들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이 모든 ‘대지의 뼈’같은 돌들을 흙 속에 품어 유순하지만 장엄한 산세를 보인다. 비가 내리면 그 육산의 느낌을 실감할 수 있다. 물을 잔뜩 품은 땅과 나무와 흙들이 언제 내가 잡아두고 있는 걸 터뜨릴지 모르겠다는 듯 삐질삐질 물을 뿜어내고 임계점에 도달하면 그야말로 장관의 물줄기로 계곡을 덮는다. 모든 산이 그렇겠지만 비 내리는 지리산은 바라보기에는 좋되 구태여 들어갈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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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비가 왔다. 폭우는 아니었지만 부슬부슬의 수준은 넘어 있었다. 우리 일행은 잠시 망설였다. 전설적인 남부군 사령관 이현상이 최후를 맞은 빗점골 방문 여부를 놓고서였다.  대부분 차로 갈 수 있는 임도이며 막판 어느 정도만 산길을 걸으면 된다는 조하성봉 감독의 말도 있었지만 그래도 평생 언제 다시 이곳에 올 것이냐 하는 마음들이 자신없는 몸들을 움직였다. “가 보자.” 여기에는 물론 이현상의 이름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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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후반 나왔던 이태의 <남부군>이나 한국 문단의 장성(長城)을 쌓은 조정래의 <태백산맥>에서 빨치산이 재조명되면서 빨치산들의 존재와 사연은 현대사의 신화로 부각된다. 역시 빨치산을 건조하게 바라봤던 <지리산>을 쓴 이병주의 표현을 빌리면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되는” 것이다. 백일하에 드러나고 객관적으로 조망할 대낮에는 그 여러 면이 덤덤하게 보이게 마련이지만 달빛 아래에서는 빛받은 부분만 도드라질 뿐 다른 대목은 사장되고 들춰지지 않는다. 곧 신화가 되는 것이다. ‘남부군 사령관’ 이현상에 대한 우리 일행의 ‘추앙’어린 행동은 그 신화를 배경으로 한다.


한국일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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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국 현대사는 신화(?)로 점철돼 있다고 생각한다. “평온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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