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하지 못하는 당신, 무엇을 하든

교실밖
교실밖 · 읽고 쓰고 걷는 사람
2023/09/24
단순한 질문 하나. "당신은 지금 과거에 비하여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힘들어졌는가?"

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렇다."라고 답변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된 원인 중 하나를 디지털 기기의 사용으로 지목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이래 우리는 더 이상 타인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않는다. 종이 편지를 썼던 기억은 대체로 20년 전일 것이다. 아파트 현관 우편함에서 발견하는 것은 공동주택 관리비 고지서이거나 백화점의 홍보 자료, 그리고 내가 가입한 단체가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도서이다. 지금 우편함을 열어보며 누군가 보냈을지 모를 편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만나는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을 기억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와 벗었을 때의 이미지가 달라서 기억에 혼선을 주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우리 모두 집단적 안면 인식 장애를 겪고 있는 것일까. 오늘날 우리에게 타인이란 존재는 디지털화한 상상 속 이미지이다. 실세계에서 만난 연인들도 서로 얼굴을 보며 대화하지 않는다.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본인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마시며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가장 밀도 높은 소통의 조건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대화의 소재는 방금 SNS에서 본 내용이다. 미성년자든 성인이든 디지털 기기를 한두 시간 만지고 쓰다듬는 것엔 익숙하지만 종이책을 한 시간 이상 집중하여 읽지 못한다. 책을 한 권 다 읽는 행위는 거의 극기훈련에 가까울 정도다. 

어쩌다 종이책을 읽을 때에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스마트폰을 통해 유의미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선정적인 기사를 읽거나, 짧은 영상을 보거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 '좋아요'나 댓글이 얼마나 붙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온라인으로 상호작용한다는 말이 무색하다. 온라인의 많은 대화를 보자.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하여 의견을 말하면서 이어지는 대화가 아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성실하게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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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고민한다. 몇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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