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0
안녕하세요, 선거제와 민주주의 지표 관련 글을 쓰고 있고, 곧 나올 에어북 [정치,껌이지]의 저자 김재경입니다. 우선, 정성스러운 시뮬레이션 잘 봤습니다. 저도 실제로 하려다 품이 많이 들어 하지 않았던 작업인지라, 본문의 시뮬레이션 작업이 더 정성스럽고 수고가 많으셨다는 점에 먼저 감탄하고 갑니다. 특히, 현 연동형 선거제도가 문제가 많다는 점 - 연동형의 실제 취지도 살리지 못하는 결점 있는 선거제라는 점과, 따라서 미리미리 전문가와 시민, 정치계의 토론 등을 통해 선거제를 제대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에 확실히 동의하고자 합니다.
글 내용에 대한 소소한 의문이나 보충을 아래에 남기고자 합니다.
1. 연동형 vs 병립형, 그리고 먼저 이야기되어야 할 양당제 vs 다당제
김환민님 본문에 있는 내용은 한국의 선거제와 22대 총선을 다루고 있지만, 여러 층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물론 선거라는 것이 고려해야 할 점과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정말 넓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선거제에 대한 논의 중 본문의 언급대로 병립형으로의 회귀가 퇴행이냐는 이야기를 두고 토론이 많았습니다.
글 내용에 대한 소소한 의문이나 보충을 아래에 남기고자 합니다.
1. 연동형 vs 병립형, 그리고 먼저 이야기되어야 할 양당제 vs 다당제
김환민님 본문에 있는 내용은 한국의 선거제와 22대 총선을 다루고 있지만, 여러 층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물론 선거라는 것이 고려해야 할 점과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정말 넓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선거제에 대한 논의 중 본문의 언급대로 병립형으로의 회귀가 퇴행이냐는 이야기를 두고 토론이 많았습니다.
인공지능, 정치과정, 국제정치, 사회 시사 이슈 등 다루고 싶은 걸 다룹니다.
기술과 사회에 관심이 많은 연구활동가(Activist Researcher)입니다.
연구, 협업 등 문의 tofujaekyung@gmail.com
이에 대해 2편을 작성하면서 다당제를 언급하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은 양당제가 기본 구조로 정립된 상황에서 어떻게 더 '다양한 민의'를 의회에 인풋하느냐가 주요한 부분이라고 봐서, 한국은 양당제보다는 빅텐트 거대정당 내의 스팩트럼이 사실상 양당제 구실을 하게 될 걸로 보고 있습니다.
정의당과 민주당을 묶은 것은, 정의당이 민주당과 '대립' 관계인가 아니면 '협력' 관계인가에 대한 시각의 차이인데, 지금은 많은 분들이 정의당이 민주당과 경쟁하는 대립 관계로 보고 있겠지만 민주당 지지층 중 상당수는 협력 관계로 보아 정의당에 교차투표를 해 왔습니다. (정의당에선 부정했지만요)
그 차이가 드러난 게 지난 대선에서의 완주인데, 당시 심상정 지도부는 '어차피 대통령은 윤석열이다'에 배팅하면서 이재명과의 단일화는 아예 배제하고 득표율을 올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결과를 까보니 '예측이 너무 빗나가는 바람에' 단일화하는 게 당에 이익이었다(어차피 격차는 적었으니 이재명이 패했어도 도와줬는데 진 것이 되고, 이기면 정의당 덕이 되는)는 당 내 비판에 직면했고, 민주당 지지층에겐 '협력 관계가 아니네?'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줬죠.
정의당으로서는 법안 단독발의가 좌절된다는 것에 한을 품을 수야 있겠지만, 실제 의회에서는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해 발의만 하고 불발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발의해서 올려준 법들도 제대로 통과된 건 손으로 꼽기도 무안할 수준이기 때문에 사실 단독 발의 가능한 의석 수가 또 딱히 중요하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여기서 핵심은 법안 생산 능력의 '열화'인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연동비례제'에 대한 정의당의 자신감... 이겠지요.
결국 총선에 와서는 '아무튼 뭉쳐서 표를 모은 다음 다시 흩어지는' 것이 현 연동비례제 및 한국 정치지형에서 최선이라는 사실만 재차 드러냈지 싶습니다. 애초에 '민주진보계' 합산 의석 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선거를 치른 정의당은 심판받았고, 개혁신당조차 봉쇄를 겨우 턱걸이로 넘겼으니까요. 연합정당으로 뭉치는 것이 한국식 유사 다당제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결과적으로 원내정당 수가 다섯 개긴 하고요)
이에 대해 2편을 작성하면서 다당제를 언급하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은 양당제가 기본 구조로 정립된 상황에서 어떻게 더 '다양한 민의'를 의회에 인풋하느냐가 주요한 부분이라고 봐서, 한국은 양당제보다는 빅텐트 거대정당 내의 스팩트럼이 사실상 양당제 구실을 하게 될 걸로 보고 있습니다.
정의당과 민주당을 묶은 것은, 정의당이 민주당과 '대립' 관계인가 아니면 '협력' 관계인가에 대한 시각의 차이인데, 지금은 많은 분들이 정의당이 민주당과 경쟁하는 대립 관계로 보고 있겠지만 민주당 지지층 중 상당수는 협력 관계로 보아 정의당에 교차투표를 해 왔습니다. (정의당에선 부정했지만요)
그 차이가 드러난 게 지난 대선에서의 완주인데, 당시 심상정 지도부는 '어차피 대통령은 윤석열이다'에 배팅하면서 이재명과의 단일화는 아예 배제하고 득표율을 올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결과를 까보니 '예측이 너무 빗나가는 바람에' 단일화하는 게 당에 이익이었다(어차피 격차는 적었으니 이재명이 패했어도 도와줬는데 진 것이 되고, 이기면 정의당 덕이 되는)는 당 내 비판에 직면했고, 민주당 지지층에겐 '협력 관계가 아니네?'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줬죠.
정의당으로서는 법안 단독발의가 좌절된다는 것에 한을 품을 수야 있겠지만, 실제 의회에서는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해 발의만 하고 불발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발의해서 올려준 법들도 제대로 통과된 건 손으로 꼽기도 무안할 수준이기 때문에 사실 단독 발의 가능한 의석 수가 또 딱히 중요하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여기서 핵심은 법안 생산 능력의 '열화'인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연동비례제'에 대한 정의당의 자신감... 이겠지요.
결국 총선에 와서는 '아무튼 뭉쳐서 표를 모은 다음 다시 흩어지는' 것이 현 연동비례제 및 한국 정치지형에서 최선이라는 사실만 재차 드러냈지 싶습니다. 애초에 '민주진보계' 합산 의석 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선거를 치른 정의당은 심판받았고, 개혁신당조차 봉쇄를 겨우 턱걸이로 넘겼으니까요. 연합정당으로 뭉치는 것이 한국식 유사 다당제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결과적으로 원내정당 수가 다섯 개긴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