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검사, 김홍일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12/22
1992년 한 여인이 모텔방에서 살해당한 채로 발견됐다. 당연히 수사 방향은 두 가지였다. 강도에 의한 것, 또는 면식범에 의한 치정살인. 그런데 살해당한 여인은 현직 순경의 애인이었고 신고자는 김모 순경 본인이었다. 김모 순경은 전날 모텔에 함께 투숙한 뒤 아침 7시경 근무를 나갔고 10시경 되돌아와보니 애인이 죽어 있었다고 신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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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 결과 김모 순경의 거짓말(?)이 밝혀진다. 검시 결과 사망 시간은 새벽 3시에서 5시로 추정됐다. 즉 김순경이 애인과 함게 모텔에 있었던 시간이었다. CCTV를 틀어보니 김순경이 모텔을 나간 시간은 그의 증언대로 7시였다. 경찰은 이 부검 결과를 들이대며 김순경을 족치기 시작했다. 일단 “거짓말을 했다.”는 심증이 강했으리라. 그리고 “조사하면 다 나와.”의 자세로 사망 추정 시간을 들이밀고 김모 순경의 거짓을 추궁했으리라. 
 

  
박종철 학생 사건으로 온 나라가 흔들린 뒤에도 경찰의 ‘열의’는 살아 있었다. 경찰은 사흘에 잠을 세 시간 가량 밖에 재우지 않으면서 자백을 강요했다. 이때 유행했던 고문 중 하나가 사실 이 잠고문이다. 잠만 재우지 않으면 외상 없이 사람을 시들시들하게 만들 수 있다. "시체가 말을 해 주는데 왜 거짓말을 해. 너 7시에 나갔다며. 니 애인은 최소 5시에 죽었어. 빨리 불어." 몽롱한 사람에게, 그리고 숨 막혀오는 사람에게 일단 모든 구멍은 숨구멍으로 보이는 법이다. 그 구멍으로 뭐가 들어오는지는 다른 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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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그 구멍을 통해 협박과 회유를 번갈아 했다. "너 시경 강력계에 넘어가면 그냥 죽음이야. 너도 경찰 밥 먹어 봤으니 걔들 알 거 아니야. 그나마 한솥밥 먹은 우리한테 불어. 모든 정황과 증거가 불리하니 20년 징역도 기본이야. 하지만 빨리 시인하고 유족하고 합의하면 집행유예도 가능해. 응.... (아마 이렇게도 말했으리라) 그래. 우리도 너도 안한 거 같긴 해. 하지만 우리도 방법이 없잖아. 우리도 널 시경에 넘기고 싶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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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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