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여행 경험을 소개하자면- 어릴 때부터 낚시와 산을 좋아하던 아버지로 인해 방학이면 가족들과 국내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여행했다고 하였으나, 앨범 속에 활짝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볼 때면 기억이 없어 당황스러울 정도다. 모쪼록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가족끼리 시간의 여유가 조금만 생기면 근교라도 자주 놀러 다니곤 했다.
대학 생활을 끝내기도 전 21살이 되던 해에 운 좋게 공공기관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대학생의 티를 채 벗지도 못한 최연소 회사원이란 타이틀을 획득하며 기새 등등한 '회사생활'에 심취하게 되며, 여행에 대한 내 눈은 점점 높아졌다. 유럽 혹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아니면 여행은 하는 게 아니라는 얼토당토 않는 생각과 욕심이 가득 생겼고, 그렇게 여행은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시간이 흘러 여행과 내 삶이 완벽히 멀어져 가는구나 싶을 때 당시 남자친구로부터의 제안이 왔다. 가볍게 주변국부터 시작해보자는 제안 이였다. 내게 그 제안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여행을 시작해 볼까 싶은 마음이 샘솟았지만 미루고 미루던 여행을 시작해보려 했을 때 나는 그 시작이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여행이 어려워 진 것이다. '여행'이라는 두 글자만 들어도 흠짓 놀랐고 그 자리를 피하기 일수였다.
그런 내 상황을 알아차린 당시 남자친구는 급하지 않게 내가 가장 편안해 하는 방법으로 조언을 해 주었다. 바로 여행이라 생각하지 않고 출장을 가듯 일주일치 짐을 먼저 챙겨보라고 말이다. 의구심이 들었다. 이때만 해도 내게 여행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내며 알차게 관광을 하는 것 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내 행동에 변함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