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3
우리는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죠. 나는 숙명론자는 아니에요. 나는 모든 계획, 우주의 계획과 우주의 에너지에는 만물의 방향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 우주의 설계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 모두가 자신의 삶에서 파괴와 생성의 주체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사람들이 천당이나 지옥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항상 앨버트 브룩스의 영화 <영혼과 사랑>을 떠올리죠. 나는 우리에게 절망, 분노, 질투라는 암을 전파해서는 안 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주변 사람과 자신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할 책임이 있다는 거죠. 우리 개개인은 중요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집단적인 선택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우리의 이런 선택이 누적된 결과에 따라 멸종하거나 살아남겠죠.
이 멋진 말을 제가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세상 사람들은 한참 뒤에야 이 말을 들었을 테니 누적된 영향력은 적었겠죠. 다행히도(?) 이 말은 인생선배(??)인 기예르모 델 토로가 한 말입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창작 노트 / 기예르모 델 토로 / 마크 스콧 지크리 / 이시은 옮김 / 중앙북스 / 2015
기예르모의 말처럼 우리는 노력하는 존재입니다. 불완전하고 미성숙해서 실수도 많이 하지만 바른 길을 찾아가려고 애쓰고 노력하죠. 우리가 속한 집단이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올바른 선택이 중요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늘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말을 인용하지 않고 살짝 손을 대서 제가 한 말처럼 바꿔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제 아이디어가 아닌데도 저는 종종 ...
전 쓰레기… 그냥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고 믿으며 삽니다.
저는 광주대사건 글을 처음 읽었는데 누군가는 강부원 님의 다른 글을 읽으며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겠죠. 그거면 된다고 보는 편입니다.
예전에 어느 출판사로부터 서평을 부탁받은 적이 있습니다. 얼룩소에 광고 표기를 하고 서평을 작성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했고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보상을 하는 곳이라 민감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식의 내용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처음으로 보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보상에 민감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해요. 내가 생각하는 정당한 보상 요구는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요. 글 노출의 기회를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고 글 기여도를 정량분석하여 보상을 달라고 하는 것은 익숙한 방식입니다. 사회에서도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니까요. 하지만 전 얼룩소와 계약을 맺지 않았습니다.
자발적 참여자입니다. 전 돈은 최고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초창기부터 꾸준히 하고 있어서 욕을 먹는 사람인데요. 그 이유에는 제가 글 쓰는 것을 선택했다는 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는 것은 제 욕망 중 하나이고 좋은 글을 선별하는 것은 얼룩소의 가치판단에 따른 것이라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상이 부족하다고 여긴 적도 없고 보상을 당연하게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얼룩소 대표가 바뀐 이후로 몇 번의 변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데요. 전 대표님을 가끔 찾아가는 입장에서 (열렬한 팬입니다. 그분을 존경해요.) 모든 변화가 달갑진 않습니다. 특히 가끔 메인에 올라오는 거의 대부분의 글이 명문사립학교 휘장을 단 교복을 입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쓴 글처럼 느껴질 때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이게 내가 바라던 다양성인지에 대한 의문도 생기고요.
그런데 불편한 지점이 1)변화 2)공감능력 떨어지는 글. 둘 중 어느 부분인지 헷갈리더라고요. 그러다 이곳이 ‘실험장’이라는 것을 기억해냈습니다. 실험은 연구방법론에 따라 조건을 달리하고 매실험마다 프로토콜을 변화시키며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잖아요. 지금은 그런 과도기니 어색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또 그러다 마음에 드는 글을 발견하기도 하는 일의 반복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의 언론사가 모양을 갖추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데 걸린 시간이나 다수의 목소리를 내는 플랫폼 자리잡고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2년도 안 되는 시간은 너무 짧죠!
우주의 대부분이 암흑 물질인 것처럼 이 작은 공간에서도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읽을거리가 넘쳐나고 있어서 이젠 전부 읽지도 못합니다. 생각할 것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요. 과거에는 블로그 형태의 트위터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블로그인지 미디어인지 잘 모르겠지만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얻어가는 것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사람인데 플랫폼이 전문 필진을 초청한 이후로 제가 얻은 것은
1) 꾸준히 누적되는 수익(그러나 언제 종료할지 모르니 기대감이 크진 않습니다. 그냥 습관처럼 쪼개서 투자, 저축, 기부, 소비…)
2) 좋은 책을 추천하는 김겨울, 좋은 인터뷰를 제공하는 북저널리즘 톡스, 생각하지 못했던 주제로 주간지나 월간지 기고문 같은 글을 쓰는 강부원, 중국 현지의 소식에 사견을 덧붙여 실감나게 전해주는 급시우 님(맞아요? 중국어 모름.. 아무튼 한자쓰시는 분…), 에너지 전쟁 중이신(시발점이 제 질문입니다…얼룩소는 날 칭찬해야해…) 박재용 님과 한선호 님, 사건의 다음을 보여주는 셜록 등 신생/소수/1인 미디어 등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골고루 만날 수 있는 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네요. 이 속도의 변화가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면 괜찮다고 봅니다. 글이 최우선이 되는 능력주의 역시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을 생각하는 글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변화라고 볼 수 있잖아요. 좋은 변화를 일으키신 분들 중 한 분이니 꾸준히 글을 써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기능 너무 좋은 것 같아요! ㅋㅋㅋ
홈은 님 고맙습니다. 저는 불완전하고 흠이 많은 사람인데 이렇게 다정한 격려를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보일러 온도를 올리며, 여러 생각이 들어 기분이 먹먹해집니다. 덕분에 용기를 얻고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전 쓰레기… 그냥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고 믿으며 삽니다.
저는 광주대사건 글을 처음 읽었는데 누군가는 강부원 님의 다른 글을 읽으며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겠죠. 그거면 된다고 보는 편입니다.
예전에 어느 출판사로부터 서평을 부탁받은 적이 있습니다. 얼룩소에 광고 표기를 하고 서평을 작성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했고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보상을 하는 곳이라 민감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식의 내용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처음으로 보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보상에 민감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해요. 내가 생각하는 정당한 보상 요구는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요. 글 노출의 기회를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고 글 기여도를 정량분석하여 보상을 달라고 하는 것은 익숙한 방식입니다. 사회에서도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니까요. 하지만 전 얼룩소와 계약을 맺지 않았습니다.
자발적 참여자입니다. 전 돈은 최고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초창기부터 꾸준히 하고 있어서 욕을 먹는 사람인데요. 그 이유에는 제가 글 쓰는 것을 선택했다는 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는 것은 제 욕망 중 하나이고 좋은 글을 선별하는 것은 얼룩소의 가치판단에 따른 것이라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상이 부족하다고 여긴 적도 없고 보상을 당연하게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얼룩소 대표가 바뀐 이후로 몇 번의 변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데요. 전 대표님을 가끔 찾아가는 입장에서 (열렬한 팬입니다. 그분을 존경해요.) 모든 변화가 달갑진 않습니다. 특히 가끔 메인에 올라오는 거의 대부분의 글이 명문사립학교 휘장을 단 교복을 입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쓴 글처럼 느껴질 때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이게 내가 바라던 다양성인지에 대한 의문도 생기고요.
그런데 불편한 지점이 1)변화 2)공감능력 떨어지는 글. 둘 중 어느 부분인지 헷갈리더라고요. 그러다 이곳이 ‘실험장’이라는 것을 기억해냈습니다. 실험은 연구방법론에 따라 조건을 달리하고 매실험마다 프로토콜을 변화시키며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잖아요. 지금은 그런 과도기니 어색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또 그러다 마음에 드는 글을 발견하기도 하는 일의 반복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의 언론사가 모양을 갖추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데 걸린 시간이나 다수의 목소리를 내는 플랫폼 자리잡고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2년도 안 되는 시간은 너무 짧죠!
우주의 대부분이 암흑 물질인 것처럼 이 작은 공간에서도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읽을거리가 넘쳐나고 있어서 이젠 전부 읽지도 못합니다. 생각할 것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요. 과거에는 블로그 형태의 트위터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블로그인지 미디어인지 잘 모르겠지만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얻어가는 것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사람인데 플랫폼이 전문 필진을 초청한 이후로 제가 얻은 것은
1) 꾸준히 누적되는 수익(그러나 언제 종료할지 모르니 기대감이 크진 않습니다. 그냥 습관처럼 쪼개서 투자, 저축, 기부, 소비…)
2) 좋은 책을 추천하는 김겨울, 좋은 인터뷰를 제공하는 북저널리즘 톡스, 생각하지 못했던 주제로 주간지나 월간지 기고문 같은 글을 쓰는 강부원, 중국 현지의 소식에 사견을 덧붙여 실감나게 전해주는 급시우 님(맞아요? 중국어 모름.. 아무튼 한자쓰시는 분…), 에너지 전쟁 중이신(시발점이 제 질문입니다…얼룩소는 날 칭찬해야해…) 박재용 님과 한선호 님, 사건의 다음을 보여주는 셜록 등 신생/소수/1인 미디어 등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골고루 만날 수 있는 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네요. 이 속도의 변화가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면 괜찮다고 봅니다. 글이 최우선이 되는 능력주의 역시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을 생각하는 글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변화라고 볼 수 있잖아요. 좋은 변화를 일으키신 분들 중 한 분이니 꾸준히 글을 써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기능 너무 좋은 것 같아요! ㅋㅋㅋ
홈은 님 고맙습니다. 저는 불완전하고 흠이 많은 사람인데 이렇게 다정한 격려를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보일러 온도를 올리며, 여러 생각이 들어 기분이 먹먹해집니다. 덕분에 용기를 얻고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