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눈동자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4/05/07
출처-픽사베이
가로등은 밤의 눈동자야. 달의 깜박임을 갖고 있어. 달보다 짧기는 하지. 달은 한 번 깜박이는 데 한 달이나 걸리니까. 그러고 보면 깜박이는 시간이 모두 다르네. 대부분의 깜박이는 것들은 깜박이는데 하루가 걸리는 태양을 따르는 것 같지만 말이야.

우린 셀 수 없이 눈을 깜박이지. 깜박이는 것으로 존재의 의미를 따지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린 너무 자주 깜박이는 존재지. 

자주 깜박이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바람이 지나가도, 나비가 지나가도, 아주 작은 눈송이가 곁을 지나가도 눈을 깜박여. 누군가의 손이 쓰다듬으려고 다가와도 깜박이고. 하지만 가로등은 하루에 단 한 번만 깜박여. 밤의 눈동자니까. 

하루에 단 한 번만 눈을 깜박일 수 있다면 우리처럼 눈물이 날 거야. 눈동자를 깜박이지 않으면 눈물이 흐르잖아. ...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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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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