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현친구] 로즈는 여행 중, 존재의 이유를 찾아서

무영현 · 세상 곳곳과 영화와 야구를 사랑합니다
2024/02/14
열일곱에 처음 만난 로즈는 굉장히 강단 있고, 진취적이고, 리더 역할이 잘 어울리는 친구였다. 1박2일로 떠난 고등학교 입학 OT날, 낯설어서 말을 아끼고 서로의 눈치를 살피던 같은 반 애들을 한데 모은 것도 로즈였고, 반 친구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분위기를 재미있고 조화롭게 만든 아이도 로즈였다. 학생회도, 동아리도, 공부도, 취미 활동,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늘 최선을 다하던 로즈의 열정에 반해서 10년이 넘도록 그 애를 따라다니고 있다. 근면 성실하면서도 예측불가능한, 울산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세종으로 거처를 옮긴 스물여덟 로즈의 지금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로즈, 28세. ⓒ본인 제공

최근에 가장 환기가 된 경험이 있어?
지난 주말에 ‘푸에르자 부르타’ 공연을 봤는데 정말 좋았어! 원래 콘텐츠를 좋아해서 뮤지컬이나 콘서트 같은 것에 관심이 많거든. 어릴 때는 돈이 없으니까 영화, 드라마 정도로 만족했다가, 스스로 돈을 벌고 나서부터 페스티벌이나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게 됐지. 이번에 본 공연은 “오, 이거 예전부터 많이 듣던 건데 한국에서 벌써 10년이나 했다네? 그리고 올해가 마지막이라네?!” 해서 보러 갔다 왔어. 제목도 나랑 잘 맞았어! 내 상황이랑. 제목이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이라는 뜻이거든.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모티브로 한 공연이야.

공연 내용은 어땠어?
말 그대로 현대인의 삶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거야. 대표적인 연출로는 무대가 계속 바뀌거든. 사람들이 벽을 타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갑자기 관객들 중간에 런웨이처럼 무대가 생기는데 한 남자가 계속 거기를 뛰어, 한 10분 이상. 그 런웨이에 자꾸만 장애물이 생기는 거야.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래도 남자는 계속 열심히 살아. 뛰어. 나를 자꾸만 치고 가는 게 있더라도.
그러고 나서 집에 돌아와 쉬려고 앉는 연출을 해. 근데 집에서도 쉬는 게 아니야. 계속 치울 게 생기고, 어느 정도 치우면 쌓이고 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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