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치부(恥部)를 아느냐 - NSC 도청 사태에 부쳐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4/11
치부(恥部)라는 표현이 있다. 부끄러운 부위라는 뜻이다. 아담과 이브가 눈이 밝아지고 나서 가장 먼저 가린 부위. 하지만 이 치부는 동시에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고, 은밀하게 가릴지언정 치부가 수행하는 여러 기능들이 제 구실을 못하면 인간은 살 수가 없게 된다. 나라에도 이런 치부(恥部)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정보기관이다. 필요에 따라 무서운 일부터 지저분한 일까지 안하는 일이 없고, 다들 쉬쉬하지만 어느 나라건 정부건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존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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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원이라는 직업은 아마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할 것이다.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 초원을 벗어나지 못했을 때에도 다른 무리의 동태를 살피고 맹수들의 이동 정보를 가져오는 이들이 있었을 테니까. 단순히 정보만을 캐내는 게 아니라 거짓 정보로 상대를 교란하거나 아예 적진에 침투 정도를 넘어 적진의 한복판 적의 머리꼭대기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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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사정을 미리 엿보고 상대가 숨기는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는 무슨 짓도 허용되는 게 첩보전의 현실이었다. 흐루시초프가 미국에 왔을 때 미국 CIA는 호텔 변기에서 내려오는 대변을 수거하여 흐루시초프의 건강을 체크했다고 한다. 소련 KGB가 서방 세계의 고위직을 염탐할 때 즐겨 써먹은 수법 중 하나는 잘 생긴 요원을 활용해 서방 고위직 관계자의 여비서들을 유혹하는 일이었다. 수십 년 불구대천의 원수로 살아온 남과 북 역시 달랐을까. 1968년 1.21 사태 때 청와대 까러 왔던 북한 특공대는 청와대 내부 설계도를 숙지하고 있었다. 또 이쪽의 간첩이 김정일을 독대까지 한 적이 있었다. 요도에 녹음기를 삽입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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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 중
이런 정도에 도달하기 위해 피차 할 짓 못할 짓 다 했겠을 것이다. 사람 목숨 몇이 날았는지 알 수 없고, 얼마나 지저분한 공작을 펼쳤는지도 모른다. 또 쓸 수 있는 기술 모두를 동원해 서로를 엿보고 엿들으려 발버둥쳤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은 적대국에게만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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