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에 대한 몇 가지 통념들

이윤호 인증된 계정 · 범죄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범죄학박사
2023/08/11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발생해 경찰 순찰차와 소방 구급차가 출동해 있다. 2023.8.3 출처: 연합뉴스
신림역을 필두로 서현역을 거쳐, 이제는 전국을 무대로 한 ‘묻지마’ 식 폭력 예비까지 세상이 온통 이 ‘묻지마’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온 국민은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나서게 만든 이 ‘묻지마’ 범죄는 애초부터 무언가 제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우왕좌왕만 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우리 모두가 ‘묻지마’ 범죄를 잘못 알고 있고, 그 결과 ‘묻지마’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가득하고, 궁극적으로 잘못된 대안과 대책들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묻지마’라는 그 명칭부터 문제가 있다. 범죄학에도 그 피해자가 전통적 범죄의 피해자와는 사뭇 다른 범죄의 유형을 보다 명확하게 구분, 구별하려는 목적으로 이런 무언가 다른점을 강조하고자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s)라는 특이한 유형의 범죄를 따로 분류하고 있다. 말이 피해자가 없지 사실은 피해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며, 그 다름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이며, 실제는 전통적 범죄가 대체로 특정인에 대한 범죄로 피해자가 특정되는 반면에 ‘피해자 없는’ 범죄는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인으로서 범행 시간과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되거나, 전통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따로 있지만 마약, 도박, 매춘과 같이 때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일인인 경우가 있으며, 이런 경우를 ‘피해자 없는’ 범죄라고 한다. 이런 점에 착안한다면, 우리도 ‘묻지마’가 아니라 차라리 이 ‘피해자 없는’ 범죄와 같이 ‘동기 없는’ 범죄라거나, 미국처럼 특정인이나 집단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초래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증오범죄(Hate Crimes)’로 명명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범죄의 원래 특성을 반영하여 그냥 ‘무작위, 또는 무차별‘ 폭력(Random Violence) 범죄로 규정함이 어떨까. 말 그대로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작위적이고 무차별적인 폭력이라는 범죄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 여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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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경찰사법대학장(현 명예교수) 법무부 법무연수원 교정연수부장(이사관) 역임 국가경찰위원회 위원 역임 초대 대한범죄학회회장 역임 한국공안행정학회장 역임 한국경찰학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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