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5/29
치매환자들은 기억을 덜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단다. 흔적기관처럼 남아있는 기억들을 하나둘 뜯어내고 나면 가장 마지막에는 자신의 이름과 사진만 남아있단다. 아멜리의 이야기는 삶이라는 커다란 덩어리를 섬세하게 조각해 나가는 과정처럼 여겨졌다. 직함도 이름도 없는 상황에서 불어닥친 불안, 조급, 공허를 차곡자곡 접어 경력사항과 성명에 끼워 넣고 책상 서랍 한편에 보관한다. 직함은 사라졌지만 직함을 달고 일했던 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슈퍼맨이 된 것처럼 종횡무진하던 시절의 내가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알아낸 순간의 희열이 느껴졌다. 아멜리에게 남은 것은 얼굴 하나지만 얼굴 하나가 아니다. 김 부장은 없지만 김 부장으로 살았던 시절의 가장 좋은 기억들이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가장 마지막까지 남을 것은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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