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를 구하는 여자

수미
2024/04/01

   
 그 여자는 늘 노트를 들고 다녔다. 핸드백을 드는 날에는 손바닥만 한 노트를, 몸집만큼 큰 백팩을 멘 날에는 두껍고 큰 노트를 챙겼다. 여자가 노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 일이다. 가난한 여자는 자기만의 방이 없었다. 여자는 노트를 방 대신 사용했다. 은밀한 아지트의 문을 열 듯 노트를 열어 마음속 이야기를 썼다. 
   
처음 사귄 여자애의 손을 잡았을 때, 
술 취한 아버지가 처음 손찌검 했을 때, 
병든 할머니에게 모진 말을 하고 돌아서서 울 때, 
첫 아이를 낳고 퉁퉁 부은 몸으로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살고 싶으면서도 죽고 싶었던 수많은 순간마다 여자는 무작정 노트를 펼쳐 무언가를 휘갈겼다. 혼란스럽고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은 글을 쓰는 데 가장 큰 동력이 됐다. 행복할 땐 글을 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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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큰 소리로 웃는 여자. 에세이 <애매한 재능>,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저자. 창원에 살며 <우울한 여자들의 살롱>이라는 모임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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